항응고제, 와파린과 NOAC은 무엇이 다른가
"피 묽어지는 약 드세요?" 조영실에서 시술 전에 반드시 확인하는 질문입니다. 그런데 이 질문에 정확히 답하시는 분이 의외로 적습니다. 아스피린과 와파린을 같은 약으로 알고 계시거나, 이름을 모르고 "빨간 약"이라고만 하시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 약들은 성격이 꽤 다릅니다.
먼저, 두 종류를 구분해야 합니다
흔히 '피를 묽게 하는 약'으로 뭉뚱그리지만, 작동 방식이 다른 두 계열이 있습니다.
항혈소판제 — 아스피린, 클로피도그렐 등. 혈소판이 서로 달라붙는 것을 막습니다. 빠른 혈류에서 생기는 혈전, 즉 동맥에서 생기는 혈전을 막는 데 주로 씁니다. 스텐트 시술 후에 쓰는 약이 여기 해당합니다.
항응고제 — 와파린, NOAC 등. 혈액을 굳게 만드는 응고 인자의 작용을 막습니다. 느린 혈류에서 생기는 혈전, 즉 심방 안이나 정맥에서 생기는 혈전을 막는 데 씁니다.
그래서 심방세동이나 심부정맥혈전증에는 아스피린이 아니라 항응고제를 씁니다. 이 글은 항응고제 이야기입니다.
왜 먹어야 하나
심방세동이 있으면 심방이 제대로 수축하지 못해 안에 피가 고입니다. 고인 물이 썩듯, 고인 피에서 혈전이 만들어집니다. 이 혈전이 떨어져 나가 뇌로 가면 뇌졸중, 다리로 가면 급성 하지허혈입니다.
항응고제는 이 혈전이 생기는 것을 막습니다. 여러 연구에서 심방세동 환자의 뇌졸중 위험을 크게 줄이는 것으로 보고되어, 위험도가 일정 수준 이상이면 복용을 권합니다. 본인의 위험도는 뇌졸중 위험도 계산기로 대략 가늠해 보실 수 있습니다.
와파린 — 오래된 약, 그래서 까다로운 약
오랫동안 쓰여온 약입니다. 효과는 확실하지만 관리가 번거롭습니다.
- 정기적인 피검사(INR)가 필요합니다. 너무 낮으면 혈전이 생기고, 너무 높으면 출혈 위험이 커집니다. 이 좁은 범위를 유지해야 해서 주기적으로 재고 용량을 조절합니다
- 음식의 영향을 받습니다. 비타민K가 많은 음식(시금치, 브로콜리, 케일, 녹즙, 청국장 등)이 약효를 떨어뜨립니다. 다만 이런 음식을 끊으라는 뜻이 아닙니다. 핵심은 일정하게 드시는 것입니다. 갑자기 많이 먹거나 갑자기 끊는 것이 문제입니다
- 다른 약과 상호작용이 많습니다. 항생제, 진통제, 일부 한약재와 건강기능식품까지 영향을 줍니다
- 장점도 있습니다. 인공 기계판막이 있거나 신장 기능이 많이 떨어진 경우에는 여전히 와파린을 써야 합니다. 그리고 출혈이 생겼을 때 되돌리는 방법이 잘 정립되어 있습니다
와파린 복용 중이시라면 와파린 가이드에 음식과 주의사항을 더 자세히 정리해 두었습니다.
NOAC — 관리가 간편한 신약
비교적 최근에 나온 항응고제들입니다. 리바록사반, 아픽사반, 다비가트란, 에독사반 같은 이름을 들어보셨을 겁니다.
- 정기 INR 검사가 필요 없습니다. 정해진 용량을 그대로 복용합니다
- 음식 제한이 거의 없습니다. 이게 삶의 질에서 큰 차이를 만듭니다
- 약물 상호작용이 상대적으로 적습니다
- 여러 연구에서 심방세동 환자에서 와파린과 비슷하거나 더 나은 예방 효과를 보이면서 뇌출혈 위험은 낮은 것으로 보고되었습니다
다만 주의할 점도 있습니다.
- 반감기가 짧습니다. 한두 번만 걸러도 보호 효과가 빠르게 떨어집니다. 와파린보다 오히려 규칙적인 복용이 더 중요합니다
- 신장 기능에 따라 용량이 달라집니다. 정기적으로 신장 수치를 확인해야 합니다
- 기계판막이나 중등도 이상의 승모판협착증에는 쓸 수 없습니다
출혈 — 어디까지가 괜찮은가
항응고제를 드시면 어느 정도 출혈은 따라옵니다. 구분해서 알아두세요.
흔하고 대개 괜찮은 것 — 멍이 잘 들고 오래 감, 면도하다 베인 곳에서 피가 좀 오래 남, 양치할 때 잇몸에서 피가 조금 남, 코피가 나지만 눌러서 멎음.
즉시 알려야 하는 것
- 검은 변(짜장처럼)이나 피가 섞인 변 — 위장관 출혈 신호입니다
- 커피 찌꺼기 같은 구토물이나 피를 토함
- 붉거나 콜라색 소변
- 멈추지 않는 코피(10~15분 눌러도 안 멎음)
- 이유 없이 크게 번지는 멍이나 부어오르는 덩어리
- 심한 두통, 갑작스러운 어지럼, 한쪽 팔다리 위약, 말이 어눌해짐 — 뇌출혈 가능성. 즉시 119
- 머리를 부딪힌 경우 — 괜찮아 보여도 병원에 가세요. 항응고제를 드시는 분은 시간이 지나 출혈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시술이나 수술이 필요할 때
치과 발치, 내시경, 백내장 수술, 관절 주사 등을 앞두고 약을 어떻게 할지가 실제로 자주 생기는 문제입니다.
원칙은 하나입니다. 스스로 정하지 마세요. 시술의 출혈 위험, 본인의 혈전 위험, 신장 기능에 따라 판단이 완전히 달라집니다. 어떤 시술은 약을 계속 드시면서 해도 되고, 어떤 경우는 며칠 전부터 중단합니다. 중단 기간도 약마다 다릅니다.
치과나 다른 과에 가실 때 반드시 "항응고제를 복용 중"이라고 알리시고, 처방한 의료진과 상의해 결정하세요.
항응고제는 매일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게 만드는 약입니다. 효과가 눈에 안 보인다는 것이 이 약을 거르게 만드는 가장 큰 이유이자, 거르면 안 되는 이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