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졸중 골든타임과 FAST, 시간을 기억해야 하는 이유
혈관 일을 오래 하다 보니, 심장보다 뇌가 더 야속하다는 생각을 자주 합니다. 심장 혈관은 막히면 아프다고 소리라도 지릅니다. 뇌혈관은 아프지 않습니다. 대신 말이 안 나오거나 팔이 안 올라가는 결과부터 보여줍니다. 그래서 뇌졸중은 아는 사람이 알아봐야 하는 병입니다.
뇌졸중은 두 종류입니다
뇌경색(허혈성)은 혈관이 막혀 뇌로 피가 안 가는 것입니다. 전체 뇌졸중의 대부분을 차지합니다. 경동맥에서 떨어져 나온 조각이 막거나, 심방세동으로 심장 안에 생긴 혈전이 날아가 막는 경우가 대표적입니다.
뇌출혈(출혈성)은 혈관이 터져 피가 새는 것입니다. 조절되지 않는 고혈압이 가장 큰 원인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두 가지는 치료가 정반대입니다. 뇌경색에는 피떡을 녹이거나 빼내는 치료를 하지만, 뇌출혈에 같은 치료를 하면 큰일이 납니다. 증상만으로는 구분할 수 없고 CT를 찍어야 알 수 있습니다. 그래서 병원에 가는 것 말고는 답이 없습니다.
FAST — 4개만 기억하세요
세계적으로 쓰이는 인식 도구입니다. 셋 중 하나라도 해당하면 뇌졸중을 의심합니다.
- Face(얼굴) — "활짝 웃어보세요." 한쪽 입꼬리만 올라가거나 한쪽 얼굴이 처지나요?
- Arm(팔) — "두 팔을 앞으로 나란히 들어보세요." 눈을 감고 10초. 한쪽 팔이 스르르 내려가나요?
- Speech(말) — "제가 하는 말을 따라 해보세요." 발음이 뭉개지거나, 단어가 안 나오거나, 말을 못 알아듣나요?
- Time(시간) — 하나라도 해당하면 즉시 119. 그리고 증상이 시작된 시각을 기억하세요.
이 셋 말고도 뇌졸중일 수 있는 증상이 있습니다. 한쪽 눈이 갑자기 안 보이거나 물체가 둘로 보일 때, 갑자기 심하게 어지럽고 똑바로 걷지 못할 때, 이유 없이 지금까지 겪어보지 못한 심한 두통이 갑자기 올 때, 갑자기 의식이 흐려질 때.
왜 반드시 119여야 하나
자가용으로 가시는 분들이 많은데, 구급차가 나은 이유가 분명합니다.
- 갈 수 있는 병원이 정해져 있습니다. 모든 병원이 뇌졸중 응급치료를 할 수 있는 게 아닙니다. 119는 지금 그 치료가 가능한 병원을 압니다. 가까운 병원에 갔다가 다시 옮기면 시간을 크게 잃습니다
- 도착 전에 준비가 시작됩니다. 구급대가 미리 연락하면 병원에서 CT실과 인력을 준비해 둡니다
- 가는 동안 상태가 나빠져도 대응이 됩니다
119를 기다리는 동안 — 하지 말아야 할 것
이 부분이 실제로 중요합니다. 좋은 마음으로 한 행동이 해가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 물이나 음식을 먹이지 마세요. 삼킴 기능이 마비되어 있으면 폐로 넘어갑니다. 약도 마찬가지입니다
- 손끝을 따지 마세요. 도움이 된다는 근거가 없고, 그 사이 시간만 갑니다
- 혈압약을 급히 먹이지 마세요. 뇌졸중 초기에는 혈압이 올라가는 것이 뇌를 보호하려는 반응인 경우가 있어, 함부로 떨어뜨리면 오히려 해로울 수 있습니다
- "좀 누워서 쉬면 낫겠지" 하고 기다리지 마세요. 가장 흔하고 가장 아까운 실수입니다
- 주무르거나 억지로 일으켜 세우지 마세요
대신 할 일은 이렇습니다. 편안히 눕히되 토할 것 같으면 고개를 옆으로 돌려주세요. 꽉 끼는 옷을 풀어주세요. 곁에서 지켜보며 증상이 어떻게 변하는지 관찰하세요. 복용 중인 약 목록을 챙기시면 병원에서 큰 도움이 됩니다.
증상이 사라져도 병원에 가야 합니다
몇 분 만에 증상이 완전히 없어지는 경우가 있습니다. 일과성 허혈발작입니다. 여기서 대부분의 분들이 "괜찮아졌으니 됐다"고 하십니다.
그런데 이건 예고편입니다. 일과성 허혈발작 이후 진짜 뇌졸중이 오는 위험은 증상이 있었던 직후 며칠 안에 가장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 시기에 원인을 찾아 약을 시작하면 그 위험을 크게 줄일 수 있습니다. 증상이 사라진 그날이 병원에 가야 하는 날입니다.
뇌졸중에서 가장 중요한 사람은 의사가 아니라, 옆에 있던 사람입니다. 알아보고 119를 누르는 그 1분이 나머지를 결정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