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동맥협착, 몸이 보내는 신호와 발견되는 경로
조영실에서 경동맥 조영을 하다 보면 이런 생각이 자주 듭니다. "이분은 어떻게 여기까지 오셨을까." 어떤 분은 팔에 힘이 빠졌다 5분 만에 돌아온 일 때문에, 어떤 분은 건강검진 초음파 때문에, 또 어떤 분은 이미 뇌경색이 온 뒤에 오십니다. 같은 병인데 도착 경로가 이렇게 다릅니다. 그리고 그 경로가 결과를 크게 좌우합니다.
가장 흔한 증상은 '증상 없음'입니다
먼저 솔직하게 말씀드리면, 경동맥협착은 상당히 진행될 때까지 아무 느낌이 없는 경우가 많습니다. 뇌는 여러 혈관에서 피를 공급받고, 좌우 혈관이 서로 연결되어 있어 한쪽이 좁아져도 다른 쪽이 어느 정도 보완해 주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목이 뻣뻣하다", "머리가 무겁다", "어깨가 결린다" 같은 증상을 경동맥협착 신호로 오해하시는 분이 많은데, 이런 증상은 대부분 근골격계 문제입니다. 경동맥이 좁아졌다고 목이 아프지는 않습니다.
진짜 경고 신호 — 일과성 허혈발작(TIA)
경동맥협착이 보내는 가장 중요한 신호는 일과성 허혈발작입니다. 뇌졸중과 똑같은 증상이 갑자기 나타났다가 몇 분에서 한 시간 이내에 완전히 사라지는 현상입니다. 떨어져 나간 작은 색전이 뇌혈관을 잠시 막았다가 저절로 풀린 것이죠.
구체적으로 이런 모습으로 나타납니다.
- 한쪽 팔이나 다리에 갑자기 힘이 빠짐 — 들고 있던 젓가락이나 컵을 떨어뜨림
- 한쪽 얼굴이 처짐 — 웃을 때 한쪽 입꼬리만 올라감
- 말이 어눌해지거나 남의 말이 안 들어옴 — 하려는 말이 안 나오거나 엉뚱한 단어가 나옴
- 한쪽 눈이 갑자기 안 보임 — 커튼이 위에서 내려오듯, 또는 안개가 낀 듯 시야가 가려짐(일과성 흑암시). 경동맥 문제에서 특징적으로 나타나는 증상입니다
- 심한 어지럼과 균형장애 — 똑바로 걷지 못하고 한쪽으로 쏠림
목에서 소리가 들린다는 말
진료실에서 의사가 청진기를 목에 대는 경우가 있습니다. 혈관이 좁아지면 그 자리를 지나는 혈류가 소용돌이치면서 잡음이 생기는데, 이걸 듣는 것입니다.
다만 이 소견은 참고 정도로 보는 것이 맞습니다. 잡음이 들려도 실제로는 협착이 심하지 않은 경우가 있고, 반대로 협착이 아주 심하면 오히려 잡음이 줄어들기도 합니다. 혈류량 자체가 줄어들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잡음만으로 판단하지 않고 검사로 확인합니다.
어떻게 발견하나요 — 검사 순서
1. 경동맥 초음파(도플러) — 가장 먼저 하는 검사입니다. 방사선도 조영제도 쓰지 않고, 누워서 목에 젤을 바르고 15~20분이면 끝납니다. 혈관 벽의 두께, 플라크의 모양, 혈류 속도를 보고 협착 정도를 추정합니다. 건강검진 항목으로 많이 포함되어 있어, 실제로 이 검사로 처음 발견되는 분이 가장 많습니다.
2. CT 혈관조영(CTA) 또는 MR 혈관조영(MRA) — 초음파에서 이상이 보이면 다음 단계로 넘어갑니다. 목에서 머리까지 혈관 전체를 입체적으로 보고, 협착의 위치와 길이, 석회화 정도, 뇌 안쪽 혈관 상태까지 확인합니다. CTA는 조영제를 쓰고 빠르며, MRA는 방사선을 쓰지 않는 대신 시간이 더 걸립니다.
3. 뇌 MRI — 본인이 모르고 지나간 작은 뇌경색 흔적이 있는지 봅니다. 여기서 흔적이 발견되면 '증상이 없었다'는 판단이 뒤집히기도 합니다.
4. 카테터 혈관조영술 — 저희 조영실에서 하는 검사입니다. 가장 정확하지만 침습적이라, 요즘은 진단만을 위해 하기보다 시술을 함께 계획할 때 주로 시행합니다.
누가 검사를 고려해 보면 좋을까요
모든 사람이 경동맥 초음파를 받을 필요는 없습니다. 다만 아래에 여러 개 해당한다면 한 번쯤 상의해 보실 만합니다.
- 흡연 중이거나 오래 피운 이력이 있는 경우
- 고혈압·당뇨·이상지질혈증을 오래 앓고 있는 경우
- 이미 심장 관상동맥질환이나 말초동맥질환 진단을 받은 경우 — 한 곳의 동맥경화는 다른 곳의 동맥경화와 동행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 가족 중에 젊은 나이에 뇌졸중을 겪은 분이 있는 경우
- 일과성 허혈발작 증상을 한 번이라도 경험한 경우 — 이 경우는 선택이 아니라 필수입니다
발견됐다면, 무조건 시술하나요
아닙니다. 협착이 있다고 전부 스텐트 시술이나 수술로 가지 않습니다. 증상이 없고 협착이 심하지 않다면 약물치료와 위험요인 관리가 우선입니다. 이때 핵심은 세 가지입니다. 금연, LDL 콜레스테롤을 강하게 낮추는 스타틴 치료, 혈압·혈당 조절. 여기에 항혈소판제를 더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정기적으로 초음파를 반복하면서 협착이 진행하는지 지켜보고, 증상이 생기거나 협착이 심해지면 그때 시술이나 수술을 논의합니다.
일과성 허혈발작은 뇌가 주는 마지막 예고편입니다. 예고편을 보고 극장을 나올 것인지, 본편까지 볼 것인지는 그날의 선택에 달려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