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성 하지허혈, 다리가 갑자기 차가워졌다면
조영실에서 다루는 다리 혈관 문제는 대부분 몇 달, 몇 년에 걸쳐 서서히 진행된 것들입니다. 그런데 가끔 몇 시간 만에 벌어지는 일이 있습니다. 멀쩡하던 다리가 갑자기 차갑고 하얘지면서 감각이 없어지는 경우입니다. 이건 심근경색이나 뇌졸중과 같은 급을 두고 봐야 하는 응급입니다.
무엇이 다른가
만성 말초동맥질환은 혈관이 서서히 좁아지는 동안 몸이 곁가지 혈관을 만들어 둡니다. 그래서 완전히 막혀도 어느 정도 버팁니다.
급성 하지허혈은 다릅니다. 준비 없이 갑자기 막히기 때문에 우회로가 없습니다. 그 아래 근육과 신경은 곧바로 산소 공급이 끊깁니다. 신경은 몇 시간 안에, 근육도 그리 오래 버티지 못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시간이 곧 다리입니다.
왜 갑자기 막히나
1. 색전 — 다른 데서 날아온 피떡
가장 흔한 출처가 심장입니다. 특히 심방세동이 있으면 심방이 제대로 수축하지 못해 안에 피가 고이고, 거기서 혈전이 생깁니다. 이 혈전이 떨어져 나가 뇌로 가면 뇌졸중, 다리로 가면 급성 하지허혈입니다. 그래서 심방세동에서 항응고제를 쓰는 것이 이렇게 중요합니다.
대동맥류나 대동맥 벽의 플라크에서 떨어져 나오는 경우도 있습니다.
2. 혈전 — 원래 좁던 자리가 완전히 막힘
이미 동맥경화로 좁아져 있던 곳에 혈전이 생겨 완전히 막히는 경우입니다. 이 경우는 곁가지가 어느 정도 있어 증상이 색전만큼 극적이지 않을 수 있습니다.
3. 그 외 — 스텐트나 우회혈관이 막힌 경우, 동맥 박리, 외상.
6P — 여섯 가지 신호
의료진이 쓰는 기억법인데, 일반인도 알아두면 유용합니다. 영어 단어 첫 글자가 모두 P입니다.
- Pain(통증) — 갑자기 시작된 심한 다리 통증. 쉬어도 가라앉지 않습니다
- Pallor(창백) — 다리 색이 하얗게, 나중에는 얼룩덜룩하거나 푸르스름하게 변합니다
- Pulselessness(맥박 소실) — 발등이나 발목에서 맥이 잡히지 않습니다
- Poikilothermia(차가움) — 반대쪽 다리와 비교하면 확연히 차갑습니다
- Paresthesia(감각이상) — 저리다가 점차 감각이 없어집니다. 이 단계부터 급합니다
- Paralysis(마비) — 발가락이나 발목을 움직일 수 없습니다. 가장 위급한 신호입니다
병원에서 하는 일
즉시 항응고 치료가 시작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혈전이 더 커지는 것을 막기 위해서입니다.
동시에 어디가 막혔는지 확인합니다. 도플러 초음파로 맥박과 혈류를 보고, 상태가 허락하면 CT 혈관조영을 찍습니다. 아주 급하면 검사와 치료를 한자리에서 하기 위해 곧바로 조영실로 내려오십니다.
치료 방법은 막힌 원인과 정도, 그리고 남은 시간에 따라 갈립니다.
- 카테터 혈전제거 — 관을 넣어 혈전을 빨아내거나 긁어냅니다
- 카테터 혈전용해 — 막힌 자리에 직접 약을 흘려 넣어 혈전을 녹입니다. 시간이 좀 걸리는 방법이라 여유가 있을 때 씁니다
- 수술적 혈전제거 — 사타구니를 절개해 풍선 달린 카테터로 혈전을 훑어냅니다. 빠르고 확실해서 급한 경우에 선택됩니다
- 우회수술 — 막힌 구간이 길고 상태가 나쁠 때
혈류를 되살린 뒤에도 주의가 필요합니다. 오래 산소가 끊겼던 근육에 갑자기 피가 돌아오면 붓기가 심해져 근육이 눌리는 상태가 생길 수 있습니다. 그래서 시술 후에도 다리 상태를 자주 확인하고, 필요하면 압력을 풀어주는 처치를 합니다.
재발을 막으려면 원인을 찾아야 합니다
급한 불을 껐다고 끝이 아닙니다. 왜 막혔는지를 밝히지 않으면 반대쪽 다리나 다른 장기에서 같은 일이 반복될 수 있습니다.
- 심전도와 심장 초음파 — 심방세동이나 심장 안 혈전이 있는지
- 대동맥 CT — 동맥류나 플라크에서 떨어져 나온 것은 아닌지
- 혈액응고 검사 — 젊은 나이에 생겼다면 응고 이상 여부를
심방세동이 원인으로 밝혀지면 항응고제가 평생 관리의 축이 됩니다. 이때 "다리 다 나았으니 약 그만 먹어도 되겠지"라고 생각하시면 안 됩니다. 그 약이 다음번을 막고 있는 것입니다.
서서히 막힌 혈관은 몇 달을 기다려줍니다. 갑자기 막힌 혈관은 몇 시간을 기다려줍니다. 그 차이를 아는 것이 다리를 지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