홀터검사, 병원에만 오면 멀쩡한 두근거림 잡아내기
부정맥 진료에서 가장 답답한 상황이 있습니다. 환자는 분명 심장이 튀어나올 듯 뛰었다고 하는데, 병원에서 찍은 심전도는 멀쩡합니다. 당연합니다. 심전도는 찍는 그 10초를 기록할 뿐이니까요. 하루 10만 번 뛰는 심장에서 하루에 몇 번 생기는 일을 그 10초에 잡을 확률이 얼마나 되겠습니까.
그래서 오래 기록합니다
해결책은 단순합니다. 더 오래 기록하는 것. 그리고 얼마나 자주 증상이 생기느냐에 따라 방법을 고릅니다.
1. 24시간 홀터 심전도
가장 널리 쓰이는 검사입니다. 가슴에 전극 몇 개를 붙이고 작은 기록기를 하루 동안 차고 다닙니다. 요즘은 카드 크기 정도로 작아졌고, 전극과 기록기가 하나로 붙은 패치형도 있습니다.
- 증상이 거의 매일 있을 때 유용합니다
- 24시간, 48시간, 길게는 며칠까지 기록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 총 심박수, 가장 빠를 때와 느릴 때, 부정맥이 몇 번 나왔는지, 몇 초나 멈췄는지까지 다 나옵니다
- 평소처럼 생활하시면 됩니다. 다만 물에 닿으면 안 되니 그날은 샤워를 못 합니다
2. 이벤트 기록기
증상이 일주일에 한두 번, 한 달에 몇 번 정도로 드문 경우에는 24시간으로 잡기 어렵습니다. 이때 쓰는 것이 이벤트 기록기입니다.
몇 주에서 한 달가량 착용하거나 소지하고 다니다가, 증상이 생기는 순간 버튼을 눌러 그 앞뒤 심전도를 저장하는 방식입니다. 어떤 기기는 증상 없이도 이상 리듬을 자동으로 감지해 기록합니다.
3. 삽입형 루프 기록기
증상이 몇 달에 한 번 있거나, 원인을 알 수 없는 실신이 반복되는데 다른 검사에서 아무것도 안 나올 때 씁니다.
USB 메모리보다 작은 기기를 가슴 피부 아래에 넣습니다. 국소마취로 몇 분이면 끝나는 간단한 시술입니다. 이 기기는 몇 년간 심장 리듬을 감시하면서 이상이 있을 때 자동으로 기록합니다.
원인 불명 뇌졸중 이후 숨어 있는 심방세동을 찾기 위해 쓰이기도 합니다. 심방세동은 증상 없이 잠깐씩 나타났다 사라지는 경우가 많아, 짧은 검사로는 놓치기 쉽거든요.
4. 웨어러블 기기 — 알아두면 좋은 것
요즘 스마트워치에도 심전도 기능이 있습니다. 실제로 이 기능으로 심방세동을 처음 발견해 병원에 오시는 분들이 늘고 있습니다. 유용한 도구인 것은 분명합니다.
다만 몇 가지는 알아두셔야 합니다.
- 대부분 한 방향(1유도)만 기록합니다. 병원의 12유도 심전도가 주는 정보와는 차이가 큽니다
- 움직임이나 접촉 불량으로 잘못된 알림이 뜨는 경우가 있습니다
- 진단 도구가 아니라 선별 도구입니다. 알림이 떴다면 그 기록을 저장해서 병원에 가져가시는 것이 올바른 사용법입니다
- 반대로 기기가 "정상"이라고 해도 증상이 있으면 진료를 받으셔야 합니다
검사 결과를 어떻게 보나
홀터 결과지에는 숫자가 많이 나옵니다. 몇 가지만 짚어드리면,
- 총 심박수와 평균 — 하루 평균 심박수
- 최저·최고 심박수와 그 시각 — 자는 동안 느려지는 것은 정상입니다
- 가장 긴 휴지기 — 심장이 몇 초 쉬었는지. 이 값이 길면 페이스메이커를 논의하기도 합니다
- 심실조기수축(PVC) 개수와 비율 — 전체 박동 중 몇 퍼센트인지가 의미 있습니다
- 심방조기수축(PAC) 개수
- 부정맥 발생 여부와 지속시간
중요한 건 숫자 자체가 아니라 증상과 맞아떨어지는가입니다. 부정맥이 기록됐는데 그 시각에 아무 증상이 없었다면 의미가 달라지고, 반대로 증상이 있었던 시각에 심전도가 정상이었다면 그 두근거림은 부정맥이 아닐 가능성이 큽니다. 이것 역시 증상일기가 있어야 알 수 있는 부분입니다.
검사 중이라도 가슴 통증이 심하거나, 실신하거나, 숨이 심하게 차면 기다리지 마시고 즉시 도움을 요청하세요. 홀터는 기록만 할 뿐 알람을 울리지 않습니다.
심장은 하루에 10만 번 뜁니다. 그중 딱 몇 번의 이상한 박동을 잡으려면, 심장이 그 순간에 무엇을 했는지와 함께 당신이 그 순간에 무엇을 했는지가 필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