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스메이커 삽입 시술 당일, 가슴에 심장 박동기를 넣는다는 것
"기계를 몸에 넣는다"는 말 앞에서 대부분 한 번 멈칫하십니다. 평생 달고 살아야 하나, 목욕은 되나, 휴대폰은 쓸 수 있나. 조영실에서 시술 준비를 하는 동안 이런 질문들이 쏟아집니다. 오늘은 그 답을 시술 순서대로 정리해 드리겠습니다.
페이스메이커는 언제 필요한가
인공심박동기(페이스메이커)는 심장이 너무 느리게 뛰거나 박동을 건너뛸 때 전기 자극을 보내 정상 리듬을 유지시키는 장치입니다. 심장을 대신 뛰게 해주는 게 아니라, 심장이 제 박자를 놓칠 때 옆에서 박자를 넣어주는 메트로놈에 가깝습니다.
대표적인 경우는 이렇습니다.
- 동기능부전증후군 — 심장의 자연 발전기 역할을 하는 동결절이 제 기능을 못해 맥이 지나치게 느려지는 경우
- 방실차단 — 심방에서 심실로 전기 신호가 전달되지 않거나 자주 끊기는 경우
- 서맥성 심방세동 — 심방세동이 있으면서 심실 반응이 매우 느린 경우
증상으로는 어지럼, 눈앞이 캄캄해지는 느낌, 실신, 심한 피로감, 조금만 움직여도 숨찬 증상 등이 나타납니다. 특히 이유 없이 쓰러진 적이 있다면 반드시 확인이 필요합니다.
이 시술은 '수술'에 가깝습니다
솔직하게 말씀드리면, 페이스메이커 삽입은 관상동맥 시술과 달리 피부를 절개하고 기기를 넣는 과정이 포함됩니다. 그래서 소독과 무균 관리가 훨씬 엄격합니다. 조영실에서 이 시술 날은 준비 시간부터 다릅니다. 감염이 생기면 기기를 전부 제거해야 할 수도 있어서, 모두가 예민하게 움직입니다.
시술 당일 순서
1. 준비 — 대개 왼쪽 쇄골 아래를 소독합니다(왼손잡이시면 오른쪽으로 하기도 하니 미리 말씀하세요). 항생제를 미리 투여하고, 심전도·혈압·산소포화도 감시를 연결합니다.
2. 국소마취 — 쇄골 아래 부위에 마취합니다. 이 부분이 시술에서 가장 따끔한 순간입니다. 필요하면 진정제를 함께 써서 졸린 상태로 진행하기도 합니다.
3. 주머니 만들기 — 피부를 5cm 안팎 절개하고, 피부와 근육 사이에 기기가 들어갈 공간을 만듭니다. 마취가 되어 있어 통증보다는 누르고 당기는 압박감으로 느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4. 전극선 삽입 — 쇄골 아래 정맥을 통해 가느다란 전극선(리드)을 심장 안까지 넣습니다. X선 화면으로 위치를 보면서 밀어 넣고, 심실이나 심방의 적절한 자리에 끝을 고정합니다. 이 과정에서 맥박이 잠깐 불규칙해지거나 두근거리는 느낌이 들 수 있습니다. 전극이 심장 벽을 자극해서 생기는 일시적인 반응이라, 저희가 모니터로 계속 확인하고 있습니다.
5. 측정과 시험 — 전극이 신호를 잘 감지하는지, 자극이 제대로 전달되는지 여러 수치를 잽니다. 위치가 마음에 들지 않으면 다시 자리를 잡습니다. 이 측정 과정이 시술 시간의 상당 부분을 차지합니다.
6. 기기 연결과 봉합 — 본체를 전극선에 연결해 주머니에 넣고 봉합합니다. 전체 시술 시간은 대개 한두 시간 정도입니다.
시술 직후 — 팔을 조심해야 하는 이유
퇴원 전에 가장 많이 강조받으실 내용이 팔 사용 제한입니다. 이유가 있습니다. 전극선 끝이 심장 안쪽에 자리를 잡고 조직이 감싸 안정되기까지 시간이 걸리는데, 그 전에 팔을 크게 휘두르면 전극선이 제자리에서 밀려날 수 있습니다. 그러면 다시 시술해야 합니다.
- 시술한 쪽 팔을 어깨 위로 번쩍 드는 동작은 정해진 기간 동안 피합니다.
- 무거운 물건 들기, 빨래 널기, 높은 선반에 물건 올리기, 수영·골프처럼 팔을 크게 돌리는 운동도 마찬가지입니다.
- 반대로 팔을 아예 안 움직이는 것도 좋지 않습니다. 어깨가 굳을 수 있어, 일상적인 작은 움직임은 하시라고 안내합니다. 정확한 기간과 허용 범위는 병원마다 다르니 안내받은 대로 하세요.
상처는 물이 닿지 않게 관리하고, 실밥 제거나 소독 일정을 지키세요. 붉게 부어오르거나 열감·진물이 있으면 바로 연락하셔야 합니다.
일상생활 — 대부분 됩니다
가장 많이 받는 질문들에 짧게 답해 드리겠습니다.
- 휴대폰 — 사용 가능합니다. 다만 기기가 있는 쪽 가슴 주머니에 넣고 다니는 것은 피하고, 통화는 반대쪽 귀로 하시는 편이 권장됩니다.
- 전자레인지·가전제품 — 정상적으로 작동하는 일반 가전은 문제되지 않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 공항 검색대 — 기기 인식표(ID 카드)를 보여주고 안내를 따르세요. 검색대 앞에 오래 서 있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 도난방지 게이트 — 마트 출입구 게이트는 지나가되 머무르지 않으면 대체로 괜찮다고 안내합니다.
- MRI 검사 — 이게 중요합니다. 예전에는 금기였지만, 요즘은 MRI 조건부 안전(MR-conditional) 기기가 많습니다. 다만 아무 기기나 되는 것이 아니고 촬영 조건과 사전 설정이 필요합니다. MRI를 찍어야 할 일이 생기면 반드시 페이스메이커가 있다고 먼저 알리고 기기 종류를 확인받으세요.
- 전기소작기를 쓰는 수술·시술 — 치과 포함, 시술 전에 페이스메이커 사실을 꼭 알리세요.
- 강한 자기장·고전압 환경 — 발전소, 대형 용접기, 강력한 자석을 다루는 작업 등은 미리 상의가 필요합니다.
정기 점검은 계속됩니다
페이스메이커는 넣고 끝이 아니라 주기적으로 상태를 확인해야 합니다. 외래에서 기기 위에 검사기를 대면 배터리 잔량, 전극 상태, 그동안 심장이 어떻게 뛰었는지 기록까지 전부 읽힙니다. 요즘은 집에서 원격으로 전송하는 시스템을 쓰는 병원도 있습니다.
기기가 있으면 본인 심장 리듬 기록이 남는다는 점은 오히려 장점입니다. 어지럼이나 실신이 있었을 때 그 순간 심장이 어땠는지 확인할 수 있으니까요.
기계를 넣는다는 말이 무겁게 들리지만, 실제로 하는 일은 단순합니다. 놓친 박자를 대신 세어주는 것. 그 덕분에 다시 걷고,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시는 분들을 조영실에서 많이 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