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뇨발, 작은 상처가 큰일이 되는 세 가지 이유
조영실에서 다리 혈관을 여는 시술을 할 때, 가장 마음이 무거운 경우가 당뇨발입니다. 발가락 하나를 지키려고 몇 시간씩 씨름하는 날이 있습니다. 그리고 그런 날마다 같은 생각을 합니다. 몇 달 전에 이 상처를 봤더라면. 오늘은 그 몇 달 전의 이야기를 해보려 합니다.
왜 발일까
당뇨 합병증이 유독 발에 몰리는 데는 이유가 있습니다. 세 가지 문제가 동시에 겹치기 때문입니다.
1. 신경병증 — 아픈 줄을 모릅니다
혈당이 오래 높으면 가느다란 신경들이 손상됩니다. 그 결과 발끝부터 감각이 무뎌집니다. 양말을 신은 것 같은 느낌, 저릿함, 화끈거림으로 시작해서 나중에는 아예 둔해집니다.
통증은 원래 몸을 지키는 경보 장치입니다. 신발에 돌이 들어가면 아파서 바로 빼내죠. 그런데 감각이 없으면 돌이 들어간 채로 하루를 걷습니다. 제가 실제로 들은 사례 중에는 압정을 밟고 반나절을 다니신 분도 있었습니다.
운동신경도 영향을 받아 발가락 모양이 변하기도 합니다. 그러면 특정 지점에 체중이 몰려 굳은살이 생기고, 그 아래에서 상처가 시작됩니다. 자율신경 손상으로 발에 땀이 덜 나 피부가 갈라지는 것도 흔한 시작점입니다.
2. 혈관 문제 — 나을 재료가 안 옵니다
상처가 아물려면 산소와 영양분, 백혈구, 항생제가 그 자리까지 배달되어야 합니다. 그런데 말초동맥질환으로 다리 혈관이 좁아져 있으면 배달이 안 됩니다.
당뇨에서 특징적인 점은 무릎 아래 가느다란 혈관들이 잘 침범된다는 것입니다. 허벅지 쪽 굵은 혈관은 멀쩡한데 종아리와 발 쪽 혈관이 여러 군데 막혀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시술도 까다롭습니다.
3. 감염 — 순식간에 번집니다
혈당이 높으면 면역세포의 기능이 떨어지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게다가 혈류가 부족하니 항생제도 잘 도달하지 않습니다. 그 결과 작은 상처의 감염이 며칠 사이 뼈까지 번지는 일이 생깁니다.
매일 하는 발 점검 — 3분이면 됩니다
제가 환자분들께 가장 자주 드리는 말씀입니다. 감각이 못 하는 일을 눈이 대신하는 것입니다.
- 매일 같은 시간에 발을 봅니다. 씻고 나서가 좋습니다
- 발가락 사이를 벌려서 봅니다. 무좀이나 짓무름이 여기서 시작됩니다
- 발바닥과 뒤꿈치를 봅니다. 잘 안 보이면 거울을 바닥에 놓고 발을 올려 보세요. 가족에게 부탁하셔도 좋습니다
- 확인할 것 — 상처, 물집, 붉게 변한 곳, 굳은살, 갈라진 곳, 발톱 주변, 색이 변한 부분, 한쪽만 부어 있는지
- 양쪽 발을 손등으로 만져 온도를 비교해 보세요. 한쪽이 유난히 차갑거나 뜨거우면 신호입니다
생활에서 지킬 것들
- 맨발 금지 — 집 안에서도 신습니다. 밟는 사고 대부분이 집에서 생깁니다
- 신발 신기 전에 안을 손으로 훑어보기 — 돌, 압정, 접힌 깔창
- 새 신발은 조금씩 — 처음부터 오래 신지 마시고, 신고 난 뒤 발을 꼭 확인하세요
- 발톱은 일자로, 너무 짧지 않게 — 파고드는 것을 막습니다. 시력이 나쁘거나 손이 안 닿으면 전문가에게 맡기세요
- 굳은살·티눈을 스스로 깎지 마세요 — 칼이나 티눈 제거제 모두 위험합니다. 병원에서 처리하세요
- 보습 — 발등과 발바닥에 로션을 바르되, 발가락 사이는 피하세요(습해지면 곰팡이가 생깁니다)
- 뜨거운 것 조심 — 전기장판, 온수매트, 물주머니, 찜질기. 감각이 없으면 화상을 입고도 모릅니다. 발 씻을 때 물 온도는 손목 안쪽이나 팔꿈치로 확인하세요
- 금연 — 다리 혈류에 직접적인 영향을 줍니다
- 혈당 관리 — 결국 모든 것의 바탕입니다
병원에서 확인하는 것
정기적으로 발을 진찰받으시길 권합니다. 병원에서는 모노필라멘트라는 가는 실로 발바닥 여러 지점을 눌러 감각을 확인하고, 진동 감각과 발등 맥박을 봅니다. 혈류가 걱정되면 ABI 검사를 하고, 필요하면 CT나 조영술로 어느 구간이 막혔는지 확인합니다.
혈류가 부족하다고 판단되면 말초혈관 시술로 발까지 피가 닿게 만듭니다. 상처 치료와 혈류 회복은 함께 가야 결과가 좋습니다. 아무리 소독을 잘해도 피가 안 오면 낫지 않습니다.
당뇨발에서 가장 좋은 장비는 조영실의 카테터가 아니라, 매일 밤 발을 들여다보는 3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