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I 검사, 신발만 벗으면 되는 10분짜리 혈관 검사
다리 혈관 검사라고 하면 겁부터 내시는 분들이 많습니다. 주사를 맞나, 조영제를 넣나. 그런데 첫 검사는 신발과 양말만 벗으면 됩니다. 누워서 팔다리에 혈압 커프를 감고 10분이면 끝나는 검사, ABI입니다. 부담이 이렇게 적은데 얻는 정보는 꽤 많습니다.
원리는 아주 단순합니다
정상이라면 발목에서 잰 혈압이 팔에서 잰 혈압과 비슷하거나 오히려 조금 높습니다. 심장에서 나온 압력파가 아래로 내려가면서 반사되어 증폭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다리로 내려가는 동맥에 동맥경화가 쌓여 좁아지면, 그 아래쪽인 발목에서는 압력이 떨어집니다. 그래서 발목 혈압 ÷ 팔 혈압을 계산하면 다리 혈관이 얼마나 막혔는지 짐작할 수 있습니다. 이 비율이 ABI(발목상완지수)입니다.
검사는 이렇게 진행됩니다
- 편평한 곳에 5~10분 정도 누워 안정을 취합니다. 이 시간을 건너뛰면 값이 부정확해집니다
- 양쪽 팔과 양쪽 발목에 혈압 커프를 감습니다
- 도플러 탐촉자로 혈관 소리를 들으며 각각의 수축기 혈압을 잽니다
- 발목은 두 군데(발등동맥·뒤정강동맥)를 재고, 대개 더 높은 값을 씁니다
- 팔도 양쪽을 재서 더 높은 값을 기준으로 씁니다
아프지 않고, 주사도 없고, 방사선도 없습니다. 커프가 조여지는 느낌만 있습니다.
수치를 어떻게 읽나
- 1.00 ~ 1.40 — 정상 범위로 봅니다
- 0.91 ~ 0.99 — 경계. 증상이 있으면 운동 후 재검사를 고려합니다
- 0.90 이하 — 말초동맥질환을 의심합니다. 낮을수록 좁아진 정도가 심하다고 봅니다
- 0.40 이하 — 중증. 안정 시 통증이나 상처가 잘 낫지 않는 단계와 연관될 수 있어 적극적인 평가가 필요합니다
- 1.40 초과 — 이건 좋은 게 아닙니다. 아래에서 설명드리겠습니다
운동 후 ABI를 재는 경우
가만히 있을 때는 좁아진 혈관으로도 충분해서 ABI가 정상으로 나오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런데 실제로는 걸을 때 종아리가 아프시죠. 이럴 때 운동 부하 ABI를 합니다.
트레드밀에서 걷거나 발끝으로 서기를 반복해 다리 근육이 산소를 많이 쓰게 만든 뒤, 곧바로 ABI를 다시 잽니다. 다리 혈관에 문제가 있으면 운동 후 값이 뚜렷하게 떨어집니다.
이 검사는 척추관협착증과 감별하는 데도 도움이 됩니다. 척추 문제라면 운동 후에도 ABI가 잘 떨어지지 않습니다.
누가 받아보면 좋을까
- 걸으면 종아리·허벅지·엉덩이가 아파 쉬어야 하는 분
- 발에 상처가 생겼는데 몇 주째 낫지 않는 분
- 발이 유난히 차갑고 발등 맥박이 잘 안 잡히는 분
- 당뇨를 오래 앓고 계신 분 — 증상이 없어도 정기 확인을 권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 흡연 이력이 길고 나이가 있으신 분
- 이미 관상동맥질환이나 경동맥협착을 진단받은 분
ABI가 알려주는 또 하나의 정보
이 검사의 가치는 다리에만 있지 않습니다. ABI가 낮다는 것은 온몸의 동맥에 동맥경화가 진행 중이라는 신호로 받아들여집니다. 실제로 여러 연구에서 낮은 ABI가 이후의 심혈관 사건 위험과 연관된다고 보고되었습니다.
그래서 ABI에서 이상이 나오면 다리 치료만 하는 것이 아니라, 심장과 경동맥도 함께 확인하고 스타틴·항혈소판제 같은 전신 관리를 시작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다리 검사가 심장을 지키는 계기가 되는 셈입니다.
10분이면 끝나는 검사가 다리뿐 아니라 심장의 미래까지 귀띔해 줍니다. 신발 한 번 벗을 가치가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