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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성완전폐색(CTO), 완전히 막힌 혈관을 다시 여는 일

튼튼혈관연구소 · 17년차 심혈관조영실 방사선사 · 2026.02.24

조영실에서 유난히 긴 날이 있습니다. 시작할 때 창밖이 밝았는데 끝나고 보면 어둑해져 있는 날. 대개 CTO 시술을 한 날입니다. 완전히 막힌 지 오래된 혈관을 다시 여는 일은, 몇 밀리미터를 두고 몇십 분을 씨름하는 작업입니다.

만성완전폐색이란

CTO(Chronic Total Occlusion)는 관상동맥이 완전히 막힌 상태로 대개 3개월 이상 지난 경우를 말합니다. 급성 심근경색처럼 갑자기 막힌 것과는 성격이 다릅니다.

갑자기 막히면 그 아래 심장 근육이 급하게 죽어가지만, 서서히 막힌 경우에는 몸이 시간을 벌면서 우회로를 만들어 둡니다. 이것을 곁가지 혈관(측부순환)이라고 합니다. 원래 길이 끊기니 옆 동네 길을 넓혀 쓰는 셈입니다.

그래서 증상이 없기도 합니다

제가 조영실에서 자주 보는 놀라운 장면이 있습니다. 혈관 하나가 통째로 막혀 있는데, 정작 본인은 "저 아무렇지도 않은데요"라고 하시는 경우입니다. 곁가지가 잘 발달해 있으면 쉴 때는 부족함을 못 느끼거든요.

다만 곁가지에는 한계가 있습니다. 원래 혈관만큼 굵지 않으니 움직일 때는 부족해집니다. 그래서 계단이나 언덕에서 숨이 차거나 가슴이 답답한 것으로 나타나고, 이걸 "나이 들어서 그렇다"고 넘기시는 경우가 많습니다.

막힌 걸 꼭 열어야 하나요

솔직하게 말씀드리면, 이건 심장내과 안에서도 논의가 이어지는 주제입니다. 이미 그 부위 심장 근육이 완전히 죽어 흉터가 되었다면, 길을 열어도 되살아나지 않습니다. 반대로 근육이 살아 있는데 피가 모자라 제 일을 못 하고 있는 상태라면, 열었을 때 얻는 것이 큽니다.

그래서 시술 전에 이 근육이 살아 있는가를 확인하는 검사를 하기도 합니다. 심장 MRI나 핵의학 검사가 여기 쓰입니다. 일반적으로 이런 경우에 시술을 고려합니다.

반대로 증상이 없고 근육이 이미 죽어 있다면, 무리해서 열기보다 약물치료로 관리하는 쪽을 택하기도 합니다.

시술이 왜 그렇게 오래 걸리나요

일반 PCI는 좁아진 틈으로 철사를 통과시키면 됩니다. CTO는 틈이 없습니다. 막힌 구간이 딱딱한 섬유질과 석회로 채워져 있고, 길이가 몇 센티미터에 이르기도 합니다. 이 안을 뚫고 지나가야 합니다.

조영실에서 쓰는 방법은 크게 두 갈래입니다.

순방향 접근 — 막힌 입구 쪽에서 철사로 밀고 들어가는 방식입니다. 단단하기 정도가 다른 철사를 바꿔가며 시도합니다. 잘 안 들어가면 혈관 벽 사이 층으로 들어갔다가 병변 너머에서 다시 제자리로 복귀하는 기법을 쓰기도 합니다.

역방향 접근 — 이게 CTO 시술의 특징적인 부분입니다. 앞서 말한 곁가지 혈관을 타고 반대편에서 거꾸로 접근합니다. 머리카락보다 가는 곁가지를 통과해 막힌 구간 뒤쪽에 도달한 뒤, 앞에서 오는 철사와 만나게 하는 것입니다. 화면에서 두 철사가 만나는 순간은 몇 번을 봐도 인상적입니다.

시간이 길다는 것의 의미. CTO 시술이 서너 시간을 넘기는 것은 드물지 않습니다. 그만큼 조영제 사용량과 방사선 노출이 늘어나기 때문에, 조영실에서는 이 두 가지를 계속 관리합니다. 조영제는 콩팥에 부담이 될 수 있어 사용량을 실시간으로 확인하고, X선도 최소한으로 쓰도록 장비를 조정합니다. 시술이 길어질 것 같으면 무리하지 않고 날을 나눠서 두 번에 하기도 합니다. 그건 실패가 아니라 계획입니다.

성공률과 재시도

CTO는 일반 병변보다 성공률이 낮은 편입니다. 막힌 기간, 병변 길이, 석회화 정도, 입구 모양, 곁가지 상태에 따라 난이도가 크게 달라집니다. 첫 시도에서 통과하지 못하고 다음 기회를 기약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중요한 건 실패해도 상황이 나빠지는 것은 아니라는 점입니다. 원래 막혀 있던 혈관이고 곁가지가 일하고 있으니, 열지 못했다고 해서 시술 전보다 나빠지지는 않습니다. 다만 시술 과정에서 생길 수 있는 합병증은 별개의 문제라, 경험 있는 팀에서 신중하게 판단해 진행합니다.

시술 후 관리

열린 혈관에는 대개 스텐트가 여러 개 들어갑니다. 병변이 길기 때문입니다. 그만큼 항혈소판제 복용과 위험요인 관리가 더 중요해집니다. 특히 금연과 LDL 콜레스테롤 관리는 다시 막히는 것을 막는 핵심입니다.

시술 후 증상이 좋아지는 정도는 사람마다 다릅니다. 곧바로 "숨이 트인다"고 하시는 분도 있고, 몇 주에 걸쳐 서서히 좋아지는 분도 있습니다.

퇴원 후 이런 경우 병원에 연락하세요. 시술 전과 비슷하거나 더 심한 가슴 통증이 나타날 때, 쉬는데도 숨이 차고 누우면 더 힘들 때, 소변량이 눈에 띄게 줄었을 때(조영제를 많이 쓴 뒤라면 특히), 천자 부위가 붓고 아플 때. 가슴 통증이 20분 이상 지속되면 즉시 119에 연락하세요.
완전히 막힌 혈관 앞에서 조영실이 하는 일은 힘으로 뚫는 게 아니라, 길을 찾는 것입니다. 그래서 오래 걸립니다.
본 글은 일반적인 건강 정보를 제공하기 위한 교육 목적의 콘텐츠이며, 의학적 진단이나 치료를 대체하지 않습니다. CTO 시술의 적응증과 시행 여부, 성공 가능성은 병변의 특성과 심장 근육의 생존 여부, 환자의 전신 상태에 따라 크게 다르며 반드시 담당 의료진이 판단합니다. 시술 후 20분 이상 지속되는 가슴 통증, 식은땀을 동반한 흉통, 심한 호흡곤란, 실신이 나타나면 즉시 119에 연락하세요. 항혈소판제는 임의로 중단하지 마시고, 다른 시술이나 수술로 중단이 필요할 때는 반드시 시술한 심장내과와 먼저 상의하세요.
참고: 대한심장학회 · 한국심혈관중재학회 · 질병관리청 국가건강정보포털 · 미국심장협회(AHA)/미국심장학회(ACC) 관상동맥중재시술 가이드라인 · 유럽심장학회(ESC) 심근혈관재개통술 가이드라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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