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성완전폐색(CTO), 완전히 막힌 혈관을 다시 여는 일
조영실에서 유난히 긴 날이 있습니다. 시작할 때 창밖이 밝았는데 끝나고 보면 어둑해져 있는 날. 대개 CTO 시술을 한 날입니다. 완전히 막힌 지 오래된 혈관을 다시 여는 일은, 몇 밀리미터를 두고 몇십 분을 씨름하는 작업입니다.
만성완전폐색이란
CTO(Chronic Total Occlusion)는 관상동맥이 완전히 막힌 상태로 대개 3개월 이상 지난 경우를 말합니다. 급성 심근경색처럼 갑자기 막힌 것과는 성격이 다릅니다.
갑자기 막히면 그 아래 심장 근육이 급하게 죽어가지만, 서서히 막힌 경우에는 몸이 시간을 벌면서 우회로를 만들어 둡니다. 이것을 곁가지 혈관(측부순환)이라고 합니다. 원래 길이 끊기니 옆 동네 길을 넓혀 쓰는 셈입니다.
그래서 증상이 없기도 합니다
제가 조영실에서 자주 보는 놀라운 장면이 있습니다. 혈관 하나가 통째로 막혀 있는데, 정작 본인은 "저 아무렇지도 않은데요"라고 하시는 경우입니다. 곁가지가 잘 발달해 있으면 쉴 때는 부족함을 못 느끼거든요.
다만 곁가지에는 한계가 있습니다. 원래 혈관만큼 굵지 않으니 움직일 때는 부족해집니다. 그래서 계단이나 언덕에서 숨이 차거나 가슴이 답답한 것으로 나타나고, 이걸 "나이 들어서 그렇다"고 넘기시는 경우가 많습니다.
막힌 걸 꼭 열어야 하나요
솔직하게 말씀드리면, 이건 심장내과 안에서도 논의가 이어지는 주제입니다. 이미 그 부위 심장 근육이 완전히 죽어 흉터가 되었다면, 길을 열어도 되살아나지 않습니다. 반대로 근육이 살아 있는데 피가 모자라 제 일을 못 하고 있는 상태라면, 열었을 때 얻는 것이 큽니다.
그래서 시술 전에 이 근육이 살아 있는가를 확인하는 검사를 하기도 합니다. 심장 MRI나 핵의학 검사가 여기 쓰입니다. 일반적으로 이런 경우에 시술을 고려합니다.
- 약물치료를 충분히 했는데도 증상이 남아 일상이 불편할 때
- 검사에서 해당 부위 심장 근육이 살아 있고 허혈 상태임이 확인될 때
- 다른 혈관에도 병이 있어 심장 전체의 여유를 늘려야 할 때
반대로 증상이 없고 근육이 이미 죽어 있다면, 무리해서 열기보다 약물치료로 관리하는 쪽을 택하기도 합니다.
시술이 왜 그렇게 오래 걸리나요
일반 PCI는 좁아진 틈으로 철사를 통과시키면 됩니다. CTO는 틈이 없습니다. 막힌 구간이 딱딱한 섬유질과 석회로 채워져 있고, 길이가 몇 센티미터에 이르기도 합니다. 이 안을 뚫고 지나가야 합니다.
조영실에서 쓰는 방법은 크게 두 갈래입니다.
순방향 접근 — 막힌 입구 쪽에서 철사로 밀고 들어가는 방식입니다. 단단하기 정도가 다른 철사를 바꿔가며 시도합니다. 잘 안 들어가면 혈관 벽 사이 층으로 들어갔다가 병변 너머에서 다시 제자리로 복귀하는 기법을 쓰기도 합니다.
역방향 접근 — 이게 CTO 시술의 특징적인 부분입니다. 앞서 말한 곁가지 혈관을 타고 반대편에서 거꾸로 접근합니다. 머리카락보다 가는 곁가지를 통과해 막힌 구간 뒤쪽에 도달한 뒤, 앞에서 오는 철사와 만나게 하는 것입니다. 화면에서 두 철사가 만나는 순간은 몇 번을 봐도 인상적입니다.
성공률과 재시도
CTO는 일반 병변보다 성공률이 낮은 편입니다. 막힌 기간, 병변 길이, 석회화 정도, 입구 모양, 곁가지 상태에 따라 난이도가 크게 달라집니다. 첫 시도에서 통과하지 못하고 다음 기회를 기약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중요한 건 실패해도 상황이 나빠지는 것은 아니라는 점입니다. 원래 막혀 있던 혈관이고 곁가지가 일하고 있으니, 열지 못했다고 해서 시술 전보다 나빠지지는 않습니다. 다만 시술 과정에서 생길 수 있는 합병증은 별개의 문제라, 경험 있는 팀에서 신중하게 판단해 진행합니다.
시술 후 관리
열린 혈관에는 대개 스텐트가 여러 개 들어갑니다. 병변이 길기 때문입니다. 그만큼 항혈소판제 복용과 위험요인 관리가 더 중요해집니다. 특히 금연과 LDL 콜레스테롤 관리는 다시 막히는 것을 막는 핵심입니다.
시술 후 증상이 좋아지는 정도는 사람마다 다릅니다. 곧바로 "숨이 트인다"고 하시는 분도 있고, 몇 주에 걸쳐 서서히 좋아지는 분도 있습니다.
완전히 막힌 혈관 앞에서 조영실이 하는 일은 힘으로 뚫는 게 아니라, 길을 찾는 것입니다. 그래서 오래 걸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