척추동맥, 뒤쪽 뇌로 가는 또 하나의 길
"뇌로 가는 혈관"이라고 하면 대부분 목 앞쪽의 경동맥만 떠올리십니다. 그런데 뇌는 네 갈래로 피를 받습니다. 앞쪽 경동맥 두 개, 그리고 목뼈 속을 타고 올라가는 척추동맥 두 개입니다. 조영실에서 뇌혈관 조영을 할 때 이 뒤쪽 길도 반드시 확인합니다.
척추동맥이 지나는 길
척추동맥은 쇄골 아래 혈관에서 갈라져 나와, 목뼈에 뚫린 작은 구멍들을 통과하며 위로 올라갑니다. 뼈 속 터널을 지나는 셈입니다. 그리고 머리 뒤쪽에서 좌우 두 가닥이 합쳐져 하나의 굵은 혈관(기저동맥)이 됩니다.
이 뒤쪽 길이 먹여 살리는 곳이 중요합니다.
- 소뇌 — 균형과 조화로운 움직임을 담당합니다
- 뇌간 — 호흡, 심박, 의식, 삼킴, 눈 움직임 같은 생명 기능의 중추입니다
- 뒤통수엽 — 시각을 처리합니다
그래서 앞쪽(경동맥) 문제와 뒤쪽(척추동맥) 문제는 증상이 다르게 나타납니다.
뒤쪽 순환에 문제가 생기면
경동맥 문제는 한쪽 팔다리 마비나 언어장애로 나타나는 경우가 많습니다. 반면 척추동맥·기저동맥 쪽은 이렇게 나타납니다.
- 어지럼과 균형장애 — 똑바로 걷지 못하고 한쪽으로 쏠림
- 물체가 둘로 보임(복시), 시야 이상
- 발음이 뭉개짐, 삼키기 어려움
- 양쪽 팔다리에 힘이 빠지거나 감각이 이상함
- 뒤통수 쪽 두통, 구역·구토
- 갑자기 다리 힘이 풀려 주저앉음(의식은 유지)
척추동맥에 생기는 문제들
동맥경화에 의한 협착 — 가장 흔합니다. 특히 척추동맥이 갈라져 나오는 입구 부분에 잘 생깁니다. 위험요인은 다른 동맥경화와 같습니다. 흡연, 고혈압, 당뇨, 이상지질혈증.
척추동맥 박리 — 혈관 벽이 찢어지는 것입니다. 젊은 사람에게 생기는 뇌졸중 원인 중 하나로 언급됩니다. 목을 갑자기 심하게 돌리거나 젖히는 동작, 목에 가해진 충격, 심한 기침이나 구토 뒤에 생기는 경우가 보고되어 있습니다. 한쪽 목이나 뒤통수의 새로운 통증과 함께 어지럼이나 신경 증상이 생기면 의심합니다.
선천적 굵기 차이 — 좌우 척추동맥의 굵기가 다른 것은 흔합니다. 한쪽이 가늘다는 소견만으로 병은 아닙니다. 다만 가는 쪽이 문제가 생기면 보완이 덜 되므로 참고 정보가 됩니다.
목을 돌리면 어지러운 경우
척추동맥이 목뼈 속을 지나기 때문에, 목 자세에 따라 눌릴 수 있다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실제로 특정 자세에서만 증상이 나타나는 드문 경우가 보고되어 있습니다.
다만 목을 돌릴 때 어지러운 대부분의 경우는 척추동맥이 아니라 귀(이석증) 문제입니다. 자세를 바꿀 때 몇십 초 빙글빙글 돌다가 가라앉는 패턴이면 이석증 쪽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한 가지 실용적인 주의사항은 있습니다. 목을 강하게 꺾거나 비트는 시술을 받을 때는 신중하시는 것이 좋습니다. 흔치 않지만 척추동맥 박리와의 연관성이 보고된 바 있어, 목에 통증이나 어지럼이 있는 상태라면 특히 조심하시길 권합니다.
어떻게 확인하고 치료하나
확인은 CT 혈관조영이나 MR 혈관조영으로 합니다. 척추동맥은 뼈 속을 지나 초음파로 전 구간을 보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필요하면 조영실에서 카테터 혈관조영으로 정밀하게 봅니다.
치료는 대부분 약물로 시작합니다. 항혈소판제와 스타틴, 그리고 혈압·혈당 관리. 척추동맥 박리의 경우 항혈전제를 쓰며 경과를 보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약물치료에도 증상이 반복되거나 협착이 심한 경우, 좁아진 자리에 스텐트를 넣는 시술을 고려하기도 합니다. 다만 척추동맥은 경동맥만큼 시술 근거가 많이 쌓여 있지는 않아, 사례별로 신중하게 판단합니다.
뇌로 가는 길은 네 갈래입니다. 앞쪽만 확인하고 안심하기에는, 뒤쪽이 맡고 있는 일이 너무 중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