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장 판막질환 기초 — 좁아지거나, 새거나
심장에는 문이 네 개 있습니다. 피가 한 방향으로만 흐르도록 열리고 닫히는 판막입니다. 이 문에 생기는 문제는 의외로 단순합니다. 제대로 안 열리거나(협착), 제대로 안 닫히거나(역류)입니다. 어느 쪽인지에 따라 심장이 힘들어하는 방식이 완전히 달라집니다.
협착 — 문이 좁아진 경우
판막이 딱딱해지고 열리는 면적이 줄면, 심장은 좁은 구멍으로 피를 밀어내야 합니다. 힘을 더 줘야 하니 심장 근육이 두꺼워집니다. 처음에는 이 두꺼워진 근육이 보상해 주지만, 근육이 두꺼워질수록 유연성이 떨어져 이완이 안 되고, 그 자체가 새로운 문제를 만듭니다.
가장 흔한 것은 대동맥판막협착증입니다. 좌심실에서 대동맥으로 나가는 문이 좁아지는 것으로, 나이가 들면서 판막에 칼슘이 침착돼 생기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고령 인구가 늘면서 눈에 띄게 많아졌습니다.
역류 — 문이 잘 안 닫히는 경우
닫혀야 할 때 틈이 남으면 피가 뒤로 샙니다. 그러면 심장은 같은 양을 보내기 위해 더 많이 퍼올려야 합니다. 이 경우 근육이 두꺼워지는 대신 심장이 늘어나 커집니다.
흔한 것은 승모판 역류입니다. 좌심방과 좌심실 사이의 문이 새는 것으로, 판막을 잡아주는 구조물이 늘어나거나 끊어지면서 생기기도 하고, 심장이 커지면서 문틀이 벌어져 이차적으로 생기기도 합니다.
증상이 늦게 나타납니다 — 이게 가장 위험합니다
판막질환은 수십 년에 걸쳐 천천히 진행합니다. 그 사이 심장이 보상하기 때문에, 판막이 상당히 망가질 때까지 별 느낌이 없을 수 있습니다. 그리고 보상이 한계에 도달하는 순간 증상이 빠르게 나타납니다.
특히 대동맥판막협착증에서 다음 세 증상은 중요한 전환점으로 봅니다.
- 운동 시 숨이 차다 — 대개 가장 먼저 옵니다.
- 가슴 통증 — 관상동맥이 깨끗해도 생길 수 있습니다. 두꺼워진 근육이 요구하는 산소를 공급이 못 따라갑니다.
- 어지럼이나 실신, 특히 운동 중에 — 가장 위험한 신호입니다.
여기에 노인분들의 경우 "기력이 없다", "예전만큼 못 걷는다"는 표현으로 나타나 나이 탓으로 넘어가기 쉽습니다. 증상이 생겼다는 것은 치료 시점을 논의할 때가 됐다는 뜻이므로, 이 변화를 진료 때 꼭 말씀하셔야 합니다.
치료 — 약으로 판막을 고칠 수는 없습니다
이 점이 중요합니다. 고혈압이나 콜레스테롤은 약으로 조절하지만, 망가진 판막은 약으로 되돌릴 수 없습니다. 약은 증상을 덜어주고 심부전을 관리하는 역할입니다. 근본 치료는 판막을 고치거나 바꾸는 것입니다.
- 개흉 판막 수술 — 가슴을 열어 판막을 교체하거나 수리합니다. 승모판 역류에서는 자기 판막을 고쳐 쓰는 수리가 가능한 경우가 많고, 그 편이 유리할 때가 많습니다.
- TAVI(경피적 대동맥판막삽입술) — 가슴을 열지 않고 카테터로 새 판막을 넣습니다. 고령이거나 수술 위험이 높은 분에게 먼저 도입됐고, 적용 범위가 넓어지고 있습니다. TAVI 이야기에 자세히 정리했습니다.
- 카테터를 이용한 승모판 치료 — 판막의 새는 부위를 클립으로 잡아주는 방식 등이 있습니다.
어느 방법이 맞는지는 나이, 수술 위험, 판막과 혈관의 해부학적 형태, 동반질환을 종합해 심장내과·흉부외과·영상의학과가 함께 논의(심장팀)해서 정합니다.
판막질환이 있다면 알아둘 것
- 정기 초음파 간격을 지키세요. 증상이 없어도 진행 정도를 추적해야 치료 시점을 놓치지 않습니다.
- 치과 치료 전에 판막질환이 있다고 알리세요. 인공판막이 있거나 특정 조건에서는 감염성 심내막염 예방을 위해 시술 전 항생제가 필요할 수 있습니다.
- 인공판막(특히 기계판막)을 넣은 경우 항응고제 관리가 평생 과제가 됩니다. 항응고제 이야기를 참고하세요.
- 운동은 판막 상태에 따라 제한이 다릅니다. 중증 협착이 있으면 고강도 운동이 위험할 수 있어 반드시 상의하세요.
- 열이 며칠 이상 지속되면 감염성 심내막염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진료를 받으세요.
판막은 평생 수억 번 열리고 닫히는 문입니다. 오래 쓰면 닳는 게 당연하고, 지금은 갈아 끼울 방법이 여러 가지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