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술·치과 치료 앞두고 항혈소판제, 끊어야 하나
스텐트를 넣고 잘 지내던 분이 무릎 수술이나 임플란트, 대장내시경 조직검사를 받게 됩니다. 그러면 그쪽 의료진이 "피 묽게 하는 약은 끊고 오세요"라고 합니다. 여기서 혼자 판단해서 끊는 것이 조영실에서 가장 안타깝게 보는 사고 중 하나입니다.
왜 이 약을 끊는 것이 위험한가
스텐트는 금속 그물망입니다. 시술 직후에는 혈액에 노출된 낯선 표면이고, 시간이 지나면서 혈관 내막 세포가 그 위를 덮습니다. 완전히 덮이기 전까지는 그 표면에서 혈전이 생길 수 있습니다.
항혈소판제는 이 혈전을 막는 약입니다. 그래서 이 약을 갑자기 끊으면 스텐트 혈전증이 생길 수 있습니다. 이건 일반적인 심근경색보다도 위험합니다. 혈관이 서서히 좁아지는 게 아니라 순식간에 완전히 막히기 때문에, 우회 혈류가 만들어질 시간이 없습니다. 사망률이 높고, 살아나도 심근 손상이 큽니다.
시기가 판단을 좌우합니다
같은 스텐트라도 시술 후 얼마나 지났는지에 따라 위험이 크게 다릅니다.
- 시술 직후 몇 주~수개월 — 가장 위험한 기간입니다. 이 시기에는 급하지 않은 수술이라면 수술 자체를 미루는 것을 먼저 검토합니다.
-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난 뒤 — 내막이 덮이면서 위험이 줄어듭니다. 이 시기에는 상황에 따라 한 가지 약만 일시 중단하고 아스피린은 유지하는 식으로 조절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여기에 스텐트 종류, 개수, 위치(좌주간지처럼 중요한 자리인지), 분지 시술 여부, 당뇨·신장병 여부가 함께 고려됩니다. 그래서 "몇 개월이면 끊어도 된다"는 단일한 답이 없습니다.
수술 종류에 따라서도 다릅니다
모든 시술이 약을 끊어야 하는 것도 아닙니다. 출혈 위험이 낮은 쪽은 약을 유지한 채 진행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 대개 유지하고 진행 — 단순 발치, 스케일링, 충치 치료, 피부 작은 수술, 백내장 수술, 조직검사 없는 내시경
- 조절이 필요한 경우가 많음 — 임플란트, 잇몸 수술, 폴립 절제를 하는 내시경, 전립선·비뇨기 수술, 정형외과 수술
- 특히 신중한 경우 — 뇌·척추 수술, 안구 내부 수술처럼 작은 출혈도 큰 문제가 되는 수술
환자가 해야 할 일은 딱 하나입니다
결정을 대신 내리려 하지 말고, 두 의료진을 연결해 주는 것입니다. 구체적으로는 이렇게 하시면 됩니다.
- 수술·치료를 예약한 곳에 "심장 스텐트 시술을 받았고 이 약을 먹고 있다"고 반드시 알립니다. 시술 시기와 스텐트 종류·개수까지 말할 수 있으면 가장 좋습니다.
- 심장 담당 진료를 먼저 잡습니다. "이런 수술을 하려는데 약을 어떻게 할까요"라고 물어보세요. 여유 있게 2주 이상 전에 문의하는 게 좋습니다.
- 중단이 필요하다면 어느 약을, 며칠 전부터, 언제 다시 시작하는지를 종이에 받아두세요. 재개 시점을 빠뜨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 시술 확인서나 약 목록을 사진으로 휴대폰에 저장해 두세요. 응급 상황에서도 쓸모가 있습니다.
응급 수술이라면
골절이나 급성 복통처럼 미룰 수 없는 상황이라면, 약을 끊을 시간이 없어도 수술을 합니다. 이때는 출혈을 감수하고 대비하는 쪽으로 준비합니다. 그래서 응급실에서 복용 약을 정확히 말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피 묽게 하는 약"이라고만 하면 항혈소판제인지 항응고제인지 구분이 안 됩니다. 약 이름을 모르면 약 봉투나 사진을 보여주세요. 항응고제와의 차이는 항응고제 이야기에 정리해 두었습니다.
반대 방향의 오해도 있습니다
"이 약을 먹으면 수술을 아예 못 받는다"고 생각해 필요한 치료를 미루는 분도 계십니다. 그것도 손해입니다. 치과 염증을 방치하면 만성 염증이 혈관에 부담을 주고, 관절 통증으로 못 움직이면 심장에도 좋지 않습니다. 대부분의 치료는 조절하면서 받을 수 있습니다. 필요한 건 포기가 아니라 상의입니다.
약을 조절하는 것은 의료진의 일이고, 두 의료진이 서로의 존재를 알게 하는 것은 환자의 일입니다. 그 연결만 해주시면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