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FR 검사, 좁아 보인다고 다 뚫는 게 아닙니다
조영실 화면에 혈관이 딱 봐도 좁게 나오면 "저건 스텐트를 넣어야겠네" 싶습니다. 그런데 시술의가 스텐트 대신 가느다란 철사를 하나 더 밀어 넣을 때가 있습니다. FFR을 재보는 겁니다. 그리고 그 결과에 따라, 좁아 보이던 그 혈관을 그냥 두고 나오기도 합니다.
"좁다"와 "부족하다"는 다른 말입니다
관상동맥조영술은 혈관의 모양을 보여줍니다. 하지만 심장 근육 입장에서 중요한 건 모양이 아니라 피가 충분히 오느냐입니다.
수도관에 비유해 보겠습니다. 관이 좁아져도 수압이 충분하면 물은 잘 나옵니다. 반대로 조금만 좁아졌어도 그 구간이 아주 길면 물이 시원찮게 나오죠. 혈관도 똑같습니다. 좁아진 정도뿐 아니라 길이, 모양, 곁가지 발달 여부가 다 영향을 줍니다.
그래서 눈으로 보는 협착률은 생각보다 부정확합니다. 같은 영상을 두고도 보는 사람마다, 촬영 각도마다 다르게 읽힐 수 있습니다.
FFR이 재는 것
FFR(분획혈류예비력)은 좁아진 부위를 사이에 두고 앞뒤 압력을 비교하는 검사입니다. 끝에 압력 센서가 달린 아주 가느다란 철사를 병변 너머까지 밀어 넣고, 좁아진 곳 뒤쪽 압력이 대동맥 압력의 몇 퍼센트인지를 잽니다.
이때 약(아데노신 계열)을 써서 혈관을 최대한 확장시킨 상태를 만듭니다. 심장이 최대로 일할 때를 인위적으로 재현하는 것이죠. 그 조건에서 압력이 얼마나 떨어지는지 봐야 실제 운동할 때 얼마나 부족할지를 알 수 있습니다.
- 값이 1.0에 가까울수록 압력 손실이 없다는 뜻입니다
- 일반적으로 0.80 안팎을 기준선으로 삼아, 그보다 낮으면 혈류가 의미 있게 부족하다고 판단합니다
- 기준을 넘으면 좁아 보여도 약물치료로 지켜보는 쪽을 택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iFR — 약 없이 재는 방법
최근에는 혈관확장제를 쓰지 않고 재는 방식도 널리 쓰입니다. iFR을 비롯한 이런 지표들은 심장 주기 중 저항이 자연스럽게 낮아지는 특정 구간만 골라서 압력비를 계산합니다. 약을 안 쓰니 답답한 느낌이 없고 검사 시간도 짧습니다. 어떤 방식을 쓸지는 병원과 상황에 따라 다릅니다.
왜 굳이 이런 검사를 하나요
"이왕 좁은 거 그냥 넣어주면 안 되나요?"라는 질문을 받습니다. 스텐트는 공짜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비용 이야기가 아니라, 몸에 남는 것이라는 뜻입니다.
- 스텐트를 넣으면 항혈소판제를 일정 기간 복용해야 합니다. 출혈 위험이 따라옵니다.
- 스텐트 자체가 재협착이나 혈전의 자리가 될 수 있습니다.
- 혈류가 충분한 병변에 스텐트를 넣어도 증상이나 예후가 좋아진다는 근거는 뚜렷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반대로 넣어야 할 곳을 놓치지 않는 것도 FFR의 역할입니다. 눈으로는 애매해 보였는데 재보니 혈류가 확실히 부족한 경우도 있습니다. 여러 혈관에 병이 있을 때 어느 곳을 먼저 다룰지 정하는 데도 도움이 됩니다.
검사 과정과 느낌
이미 카테터가 들어가 있는 상태에서 철사 하나를 더 넣는 것이라 추가 마취나 절개는 없습니다. 혈관 안에는 통증 신경이 없어 철사가 지나가는 것도 느껴지지 않습니다. 한 혈관을 재는 데 몇 분이면 되고, 여러 혈관을 재면 그만큼 시간이 늘어납니다.
불편한 순간은 앞서 말씀드린 혈관확장제가 들어갈 때 정도입니다. 가슴이 답답하거나 두근거리면 참지 말고 말씀해 주세요. 저희가 모니터를 보면서 조절합니다.
조영술은 혈관이 어떻게 생겼는지 알려주고, FFR은 그 혈관이 제 몫을 하고 있는지 알려줍니다. 치료 여부를 가르는 건 모양이 아니라 기능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