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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FR 검사, 좁아 보인다고 다 뚫는 게 아닙니다

튼튼혈관연구소 · 17년차 심혈관조영실 방사선사 · 2026.02.17

조영실 화면에 혈관이 딱 봐도 좁게 나오면 "저건 스텐트를 넣어야겠네" 싶습니다. 그런데 시술의가 스텐트 대신 가느다란 철사를 하나 더 밀어 넣을 때가 있습니다. FFR을 재보는 겁니다. 그리고 그 결과에 따라, 좁아 보이던 그 혈관을 그냥 두고 나오기도 합니다.

"좁다"와 "부족하다"는 다른 말입니다

관상동맥조영술은 혈관의 모양을 보여줍니다. 하지만 심장 근육 입장에서 중요한 건 모양이 아니라 피가 충분히 오느냐입니다.

수도관에 비유해 보겠습니다. 관이 좁아져도 수압이 충분하면 물은 잘 나옵니다. 반대로 조금만 좁아졌어도 그 구간이 아주 길면 물이 시원찮게 나오죠. 혈관도 똑같습니다. 좁아진 정도뿐 아니라 길이, 모양, 곁가지 발달 여부가 다 영향을 줍니다.

그래서 눈으로 보는 협착률은 생각보다 부정확합니다. 같은 영상을 두고도 보는 사람마다, 촬영 각도마다 다르게 읽힐 수 있습니다.

FFR이 재는 것

FFR(분획혈류예비력)은 좁아진 부위를 사이에 두고 앞뒤 압력을 비교하는 검사입니다. 끝에 압력 센서가 달린 아주 가느다란 철사를 병변 너머까지 밀어 넣고, 좁아진 곳 뒤쪽 압력이 대동맥 압력의 몇 퍼센트인지를 잽니다.

이때 약(아데노신 계열)을 써서 혈관을 최대한 확장시킨 상태를 만듭니다. 심장이 최대로 일할 때를 인위적으로 재현하는 것이죠. 그 조건에서 압력이 얼마나 떨어지는지 봐야 실제 운동할 때 얼마나 부족할지를 알 수 있습니다.

약을 넣을 때 느낌이 있습니다. 혈관을 최대로 확장시키는 약이 들어가면 가슴이 답답하거나 화끈거리고, 숨이 가빠지는 느낌이 몇십 초 정도 들 수 있습니다. 처음 겪으면 놀라시는데, 약이 작용하고 있다는 신호이고 대부분 금방 사라집니다. 조영실에서 미리 "지금 좀 답답하실 거예요"라고 말씀드리는 이유가 이것입니다.

iFR — 약 없이 재는 방법

최근에는 혈관확장제를 쓰지 않고 재는 방식도 널리 쓰입니다. iFR을 비롯한 이런 지표들은 심장 주기 중 저항이 자연스럽게 낮아지는 특정 구간만 골라서 압력비를 계산합니다. 약을 안 쓰니 답답한 느낌이 없고 검사 시간도 짧습니다. 어떤 방식을 쓸지는 병원과 상황에 따라 다릅니다.

왜 굳이 이런 검사를 하나요

"이왕 좁은 거 그냥 넣어주면 안 되나요?"라는 질문을 받습니다. 스텐트는 공짜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비용 이야기가 아니라, 몸에 남는 것이라는 뜻입니다.

반대로 넣어야 할 곳을 놓치지 않는 것도 FFR의 역할입니다. 눈으로는 애매해 보였는데 재보니 혈류가 확실히 부족한 경우도 있습니다. 여러 혈관에 병이 있을 때 어느 곳을 먼저 다룰지 정하는 데도 도움이 됩니다.

검사 과정과 느낌

이미 카테터가 들어가 있는 상태에서 철사 하나를 더 넣는 것이라 추가 마취나 절개는 없습니다. 혈관 안에는 통증 신경이 없어 철사가 지나가는 것도 느껴지지 않습니다. 한 혈관을 재는 데 몇 분이면 되고, 여러 혈관을 재면 그만큼 시간이 늘어납니다.

불편한 순간은 앞서 말씀드린 혈관확장제가 들어갈 때 정도입니다. 가슴이 답답하거나 두근거리면 참지 말고 말씀해 주세요. 저희가 모니터를 보면서 조절합니다.

결과를 이렇게 이해하시면 됩니다. FFR 수치가 기준을 넘어 "스텐트를 안 넣기로 했다"는 말은 병이 없다는 뜻이 아닙니다. 동맥경화는 그대로 있고, 지금은 혈류가 버티고 있다는 뜻입니다. 그래서 이 경우에도 스타틴·혈압약 같은 약물치료와 금연, 식습관 관리는 똑같이 중요합니다. 오히려 "시술 안 했으니 괜찮다"고 관리를 놓으시는 것이 가장 아쉬운 결과로 이어집니다.
조영술은 혈관이 어떻게 생겼는지 알려주고, FFR은 그 혈관이 제 몫을 하고 있는지 알려줍니다. 치료 여부를 가르는 건 모양이 아니라 기능입니다.
본 글은 일반적인 건강 정보를 제공하기 위한 교육 목적의 콘텐츠이며, 의학적 진단이나 치료를 대체하지 않습니다. FFR·iFR의 시행 여부와 판정 기준, 그에 따른 치료 결정은 병변 위치와 환자의 전체 상태를 종합해 담당 의료진이 판단합니다. 본문의 수치는 이해를 돕기 위한 일반적인 설명이며 개인의 판단 기준으로 사용할 수 없습니다. 검사나 시술 후 가슴 통증이 다시 나타나거나 점점 심해지는 경우, 식은땀·호흡곤란이 동반되는 경우에는 즉시 의료진에게 알리고, 병원 밖이라면 지체 없이 119에 연락하세요.
참고: 대한심장학회 · 한국심혈관중재학회 · 질병관리청 국가건강정보포털 · 미국심장협회(AHA)/미국심장학회(ACC) 관상동맥중재시술 가이드라인 · 유럽심장학회(ESC) 심근혈관재개통술 가이드라인

혈관 안쪽을 보는 검사도 있습니다

압력이 아니라 구조를 보는 IVUS도 함께 읽어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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