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팔 혈압이 다르게 나온다면 무엇을 의심할까
"어? 아까 왼팔로 잴 땐 130이었는데 오른팔은 150이네요." 진료실이나 건강검진에서 이런 일을 겪어보신 분들이 있습니다. 대부분은 별일 아니지만, 가끔은 중요한 단서가 됩니다. 조영실에서 대동맥이나 쇄골하동맥 조영을 하게 되는 분들 중에는 이 차이 하나로 검사가 시작된 경우가 있습니다.
먼저, 차이는 원래 조금 납니다
양팔 혈압이 완전히 똑같이 나오는 경우는 오히려 드뭅니다. 팔로 가는 혈관이 대동맥에서 갈라져 나오는 경로가 좌우가 다르기 때문입니다. 오른팔은 한 번 더 갈라진 가지를 통해, 왼팔은 대동맥에서 비교적 직접 나온 가지를 통해 피를 받습니다.
그래서 수축기 혈압 기준 10mmHg 미만의 차이는 대개 정상 범위로 봅니다. 측정 순서, 자세, 커프 크기, 긴장 정도만으로도 이 정도는 흔히 생깁니다.
반복해서 20mmHg 이상 차이 난다면
제대로 측정했는데도 여러 번 재서 계속 차이가 난다면, 그때부터는 이유를 찾아볼 만합니다. 흔히 언급되는 기준은 수축기 혈압 15~20mmHg 이상입니다.
이 경우 낮게 나오는 쪽 팔로 가는 길 어딘가가 좁아져 있을 가능성을 봅니다. 대표적인 원인은 이렇습니다.
- 쇄골하동맥 협착 — 가장 흔합니다. 팔로 가는 굵은 혈관에 동맥경화가 쌓인 경우입니다. 흡연, 고혈압, 당뇨, 고지혈증이 있는 분에게 상대적으로 많습니다
- 대동맥 자체의 문제 — 대동맥축착(선천적으로 좁은 구간이 있는 경우)이나 대동맥박리에서도 양팔 차이가 나타날 수 있습니다
- 혈관염 — 젊은 여성에서 다카야수동맥염 같은 혈관 염증이 원인이 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 흉곽출구증후군 — 특정 자세에서 혈관이 눌리는 경우
쇄골하동맥이 좁으면 생기는 일
차이만 있고 증상이 없는 경우가 많습니다. 다른 혈관이 보완해 주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좁아진 정도가 심해지면 이런 증상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 그쪽 팔이 쉽게 피로하고 무겁다 — 특히 팔을 들고 일할 때. 머리 감기, 빨래 널기, 페인트칠 같은 동작에서 두드러집니다
- 팔이 차갑고 저리다
- 팔을 쓸 때 어지럽거나 눈앞이 흐려진다 — 이건 조금 특별한 현상입니다
마지막 증상은 쇄골하동맥 도류증후군이라고 부릅니다. 쇄골하동맥 입구가 심하게 좁아지면, 팔이 피를 많이 필요로 할 때 뇌로 올라가던 척추동맥의 피를 거꾸로 끌어다 쓰는 현상이 생깁니다. 그래서 팔을 쓸 때 뇌 쪽 혈류가 잠시 부족해져 어지럼이나 시야 이상이 나타납니다. 척추동맥에 대해 따로 정리한 글도 참고하세요.
어떻게 확인하나
1. 양팔 혈압 재측정 — 제대로 된 조건에서 여러 번
2. 도플러 초음파 — 쇄골 위쪽에서 혈관을 보고 혈류 속도와 방향을 확인합니다. 방사선 없이 가능해 첫 검사로 적합합니다
3. CT 또는 MR 혈관조영 — 대동맥궁부터 팔로 가는 혈관 전체를 입체적으로 봅니다
4. 카테터 혈관조영 — 시술을 함께 계획할 때 조영실에서 시행합니다
치료는 어떻게
증상이 없다면 대개 위험요인 관리가 우선입니다. 금연, 스타틴으로 LDL 콜레스테롤 낮추기, 혈압·혈당 조절, 항혈소판제. 동맥경화 전반에 대한 관리와 같습니다.
팔을 쓰기 어려울 정도로 증상이 있거나 도류증후군으로 어지럼이 반복되면, 좁아진 자리를 넓히는 스텐트 시술이나 우회수술을 고려합니다.
양팔 혈압 차이는 대개 아무것도 아니지만, 가끔은 몸이 남긴 유일한 단서입니다. 반복해서 확인해 볼 가치가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