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심증 세 가지, 안정형·불안정형·변이형은 어떻게 다른가
"협심증이래요"라는 말은 사실 절반의 정보입니다. 조영실에서는 같은 협심증이라도 어떤 유형인지에 따라 준비하는 것도, 서두르는 정도도 완전히 달라집니다. 어떤 분은 며칠 뒤 예약 잡고 오시고, 어떤 분은 응급실에서 곧바로 내려오십니다. 그 차이를 알려드리겠습니다.
협심증이 생기는 원리
심장 근육도 산소를 씁니다. 그 산소를 배달하는 길이 관상동맥이죠. 배달량보다 필요량이 많아지는 순간 심장 근육이 "산소가 모자란다"고 보내는 신호가 가슴 통증, 즉 협심증입니다.
그래서 통증이 생기는 방식은 두 가지입니다. 필요량이 갑자기 늘어나거나(계단, 무거운 짐, 화가 남), 배달량이 갑자기 줄어들거나(혈관이 좁아짐, 혈전이 생김, 혈관이 경련함). 이 중 무엇이 주된 원인인지가 협심증의 유형을 가릅니다.
1. 안정형 협심증 — 예측이 되는 통증
동맥경화로 혈관이 서서히 좁아진 상태입니다. 쉴 때는 좁아진 길로도 충분하지만, 움직이면 부족해집니다.
- 일정한 상황에서 나타납니다 — 계단 두 층쯤, 언덕길, 빠른 걸음, 식후 활동
- 쉬면 5분 안에 가라앉습니다
- 패턴이 몇 달째 비슷합니다 — "예전부터 이 정도 걸으면 그래요"
- 니트로글리세린(설하정)을 쓰면 대개 빠르게 좋아집니다
다리에 생기는 간헐적 파행과 원리가 똑같습니다. 심장에서 일어나느냐 종아리에서 일어나느냐의 차이일 뿐입니다.
2. 불안정형 협심증 — 규칙이 깨진 통증
여기서부터 성격이 달라집니다. 좁아진 자리의 동맥경화반이 터지거나 갈라지면서 그 위에 혈전이 생기기 시작한 상태입니다. 혈관이 완전히 막히기 직전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불안정형을 알아보는 핵심은 "달라졌다"입니다.
- 쉴 때도 아프기 시작한다
- 예전보다 훨씬 적게 움직여도 아프다 (계단 두 층 → 한 층 → 평지)
- 통증이 더 세지고 더 길어졌다
- 최근에 처음 생긴 가슴 통증이다
- 니트로글리세린을 써도 예전만큼 안 듣는다
3. 변이형 협심증 — 혈관이 경련하는 것
한국을 포함한 동아시아에서 상대적으로 많이 보고되는 유형입니다. 특이한 점은 혈관이 심하게 좁아져 있지 않은데도 통증이 온다는 것입니다. 혈관 자체가 일시적으로 수축(경련)하면서 길이 좁아지기 때문입니다.
- 새벽이나 이른 아침, 자다가 깰 정도의 통증이 흔합니다
- 운동할 때는 오히려 괜찮고 쉴 때 생기는 경우가 많습니다
- 흡연, 음주, 스트레스, 추위가 유발 요인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 통증이 몇 분에서 십몇 분 지속되다 저절로 풀리기도 합니다
조영술을 해도 혈관이 깨끗하게 보일 수 있어서, 진단을 위해 약물로 경련을 유발해 보는 검사를 하기도 합니다. 치료는 혈관 경련을 막는 약(칼슘차단제 계열)을 쓰는 방향으로 갑니다. 그리고 금연이 특히 중요합니다. 이 유형에서 흡연은 직접적인 유발 요인이거든요.
가슴이 아프다고 다 협심증은 아닙니다
조영실에 오셨다가 심장은 깨끗한 것으로 확인되는 분들도 많습니다. 가슴 통증의 원인은 다양합니다.
- 역류성 식도염 — 쓰린 느낌, 누우면 심해짐, 신물
- 근골격계 — 특정 자세나 누를 때 아픔, 손으로 짚어 콕 집을 수 있음
- 불안·공황 — 숨이 안 쉬어지는 느낌, 손발 저림 동반
- 대상포진 — 한쪽에 띠 모양, 나중에 발진
대략적인 구분 감을 잡고 싶으시면 흉통 감별 테스트를 써보셔도 좋습니다. 다만 이건 참고용이지 진단이 아닙니다.
협심증에서 중요한 것은 얼마나 아픈가보다 "전과 달라졌는가"입니다. 심장은 규칙이 깨질 때 급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