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음한 다음 날의 두근거림 — 홀리데이 하트
의학에는 홀리데이 하트 증후군이라는 이름이 있습니다. 연휴나 주말 과음 뒤에 심방세동 같은 부정맥이 생기는 현상입니다. 이름이 붙을 만큼 반복적으로 관찰됐다는 뜻입니다. 우리나라 조영실과 응급실에서는 명절 다음 날과 연말 회식 시즌에 이 패턴이 보입니다.
술이 심장 리듬을 흔드는 방식
알코올은 여러 경로로 심장의 전기 활동에 개입합니다.
- 심방 근육의 전기적 성질을 바꿉니다. 신호가 정상 경로를 벗어나 제멋대로 돌기 쉬운 상태가 됩니다.
- 교감신경을 자극합니다. 맥박이 빨라지고 심장이 예민해집니다.
- 탈수와 전해질 불균형을 만듭니다. 알코올은 소변을 늘려 칼륨과 마그네슘을 빼냅니다. 이 두 전해질은 심장 리듬 유지에 직접 관여합니다.
- 수면을 망가뜨리고 무호흡을 악화시킵니다. 술은 기도 근육을 늘어지게 해 수면무호흡을 심하게 만들고, 그 자체가 심방세동의 방아쇠가 됩니다.
그래서 마신 당일 밤이나 다음 날 새벽에 증상이 시작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술이 깨는 과정에서 교감신경이 반동적으로 올라가는 시점입니다.
한 번의 과음으로도 생깁니다
중요한 점입니다. 이 현상은 평소 술을 안 마시는 사람이 한 번 많이 마셔도 나타날 수 있습니다. 심장병이 없던 건강한 사람에게도 생깁니다.
대개는 하루 이틀 안에 리듬이 스스로 정상으로 돌아옵니다. 그래서 "괜찮아졌으니 됐다"고 넘기는 분이 많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두 가지입니다.
- 심방세동이 유지되는 동안 혈전이 생길 수 있습니다. 심방이 제대로 수축하지 않으면 피가 고이고, 그 혈전이 뇌로 가면 뇌졸중입니다. 리듬이 몇 시간 이상 지속됐다면 가볍게 볼 일이 아닙니다.
- 한 번 생기면 다시 생기기 쉽습니다. 처음에는 과음 뒤에만 생기다가, 반복되면서 점점 적은 양에도, 결국 술과 무관하게 생기는 방향으로 진행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적당한 음주는 심장에 좋다"는 말의 현재
오랫동안 소량의 음주가 심혈관에 이롭다는 이야기가 널리 퍼졌습니다. 이 결론은 최근 상당히 수정되었습니다.
과거 연구들에서 관찰된 이득의 상당 부분이 연구 설계의 한계에서 온 것으로 지적되었습니다. 예를 들어 '술을 안 마시는 집단'에 건강이 나빠져서 술을 끊은 사람들이 섞여 있었던 문제입니다. 유전 정보를 이용한 분석 방법이 도입되면서, 음주량이 적어질수록 심혈관에 유리하다는 결과가 보고되었습니다.
특히 부정맥, 그중에서도 심방세동에 관해서는 방향이 분명합니다. 술은 적은 양에서도 위험을 올린다는 결과가 일관되게 나옵니다. 여기서만큼은 "적당히"라는 안전 구간을 찾기 어렵습니다. 반대로 심방세동 환자가 술을 끊으면 재발이 줄어든다는 연구 결과가 있습니다. 부정맥 시술을 앞둔 분에게 금주를 권하는 이유입니다.
그 밖에 술이 심장에 남기는 것
- 혈압 상승 — 음주는 혈압을 올리는 주요 요인입니다. 약을 늘리기 전에 술을 줄이면 해결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 중성지방 상승 —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는 지질입니다. 중성지방 글에 정리했습니다.
- 알코올성 심근증 — 장기간 과음하면 심장 근육이 늘어나고 수축력이 떨어져 심부전이 됩니다. 초기에 금주하면 기능이 상당히 회복될 수 있습니다.
- 체중 증가와 수면 악화가 다른 위험인자들을 함께 끌어올립니다.
현실적인 권고
완전한 금주가 모든 사람에게 당장 가능한 목표는 아닐 수 있습니다. 그래도 순서를 정하면 실행이 쉬워집니다.
- 한 번에 많이 마시는 것(폭음)을 먼저 없애세요. 부정맥 위험에 가장 직접적입니다.
- 마시는 날에는 물을 충분히 드세요. 탈수와 전해질 손실을 줄입니다.
- 이미 심방세동을 겪었거나 심부전·고혈압이 있다면, 금주가 치료의 일부입니다.
- 수면제·항불안제와 함께 마시지 마세요. 무호흡과 리듬 이상이 겹칩니다.
- 술을 줄인 뒤 가정혈압과 두근거림 빈도를 기록해 보세요. 본인 몸의 반응을 숫자로 보는 것이 가장 강한 동기가 됩니다.
심방세동을 한 번 겪은 분에게 가장 효과적인 처방은 약이 아니라 금주인 경우가 있습니다. 조영실에서 여러 번 확인한 사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