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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동맥색전증, 다리에서 출발해 폐에서 멈추는 혈전
심부정맥혈전증이 다리에서 끝나면 붓고 아픈 병입니다. 그런데 그 혈전이 떨어져 나가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혈전은 정맥을 타고 심장으로 올라가, 오른쪽 심장을 지나 폐로 갑니다. 거기서 폐동맥을 막습니다. 이것이 폐동맥색전증이고, 응급 상황입니다.
왜 폐에서 멈추나
다리 정맥의 피는 심장 오른쪽으로 모인 뒤 곧바로 폐로 갑니다. 폐동맥은 나뭇가지처럼 갈라지면서 점점 가늘어집니다. 그래서 다리에서 출발한 혈전 덩어리는 폐에서 처음으로 자기보다 좁은 길을 만나고, 거기 걸립니다.
막히면 두 가지 문제가 동시에 생깁니다.
- 산소 교환이 안 됩니다. 그 부분의 폐로 피가 안 가니, 숨은 쉬는데 산소가 실리지 않습니다.
- 오른쪽 심장에 갑자기 부담이 걸립니다. 폐로 가는 길이 막혔으니 우심실이 저항을 이기려 애쓰다 지칩니다. 큰 혈전이면 우심실이 급성으로 버티지 못해 혈압이 무너집니다. 이것이 이 병으로 사망하는 주된 경로입니다.
증상 — '갑자기'가 핵심입니다
- 갑작스러운 호흡곤란 — 가장 흔한 증상입니다. 특별한 이유 없이 숨이 찹니다.
- 숨을 들이쉴 때 찌르는 가슴 통증 — 심장 통증과 달리 호흡에 따라 변합니다.
- 기침, 피가 섞인 가래
- 맥박이 빨라짐 — 분당 100회를 넘는 경우가 흔합니다.
- 어지럼, 식은땀, 실신 — 큰 혈전일 때 나타나는 위험 신호입니다.
- 한쪽 종아리나 허벅지의 부기·통증·열감 — 출발지가 남긴 흔적입니다.
이 병이 어려운 이유. 증상이 전부 다른 병과 겹칩니다. 숨이 차면 심장이나 폐를, 찌르는 가슴 통증이면 근육통이나 늑간신경통을, 기침이면 폐렴을 먼저 떠올립니다. 그래서 진단이 늦어지는 일이 잦습니다. 판단을 갈라주는 단서는 "갑자기 시작됐다"와 "한쪽 다리가 붓는다"입니다. 이 두 가지가 겹치면 반드시 이 병을 의심해야 합니다.
혈전이 잘 생기는 상황
정맥 혈전은 피가 고이고, 혈관이 다치고, 잘 굳는 상태가 겹칠 때 생깁니다. 실제로는 이런 상황들입니다.
- 오래 움직이지 못한 경우 — 수술 후, 입원, 깁스, 장기 침상 생활. 위험이 가장 큰 축입니다.
- 장시간 비행·장거리 버스 — 좁은 좌석에 몇 시간 같은 자세로 앉아 있는 상황
- 큰 수술, 특히 정형외과(고관절·무릎)와 복부·골반 수술
- 암 — 혈액을 잘 굳게 만듭니다. 이유 없는 혈전이 암의 첫 신호가 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 임신과 출산 후, 경구 피임약, 호르몬 치료
- 흡연, 비만, 고령
- 과거 혈전 이력, 가족력, 유전적 응고 이상
- 골절, 다리 외상
어떻게 진단하나
의심되면 빠르게 진행합니다. D-다이머 혈액검사로 혈전 가능성을 가늠하고(음성이면 배제에 유용합니다), 가능성이 있으면 폐동맥 CT 조영술로 확인합니다. CT에서 폐동맥 안의 혈전이 직접 보입니다. 함께 심장초음파로 우심실이 얼마나 부담을 받고 있는지 보고, 다리 초음파로 출발지를 확인합니다. 신장 기능이나 임신 때문에 CT가 어려우면 다른 검사를 택합니다.
치료
- 항응고 치료가 기본입니다. 혈전을 더 커지지 않게 하고, 몸이 스스로 녹이는 동안 새 혈전을 막습니다. 주사로 시작해 먹는 약으로 넘어가는 경우가 많습니다.
- 혈압이 무너진 대량 색전증이라면 혈전을 녹이는 약을 쓰거나, 카테터로 혈전을 직접 제거하는 시술, 드물게 수술을 합니다.
- 항응고제를 쓸 수 없는 상황에서는 하대정맥 필터를 넣어 다리에서 올라오는 혈전을 걸러내는 방법을 고려합니다.
- 치료 기간은 원인에 따라 다릅니다. 수술이나 여행처럼 일시적 원인이면 정해진 기간 후 중단하지만, 암이나 원인 불명, 반복 발생이면 더 오래, 때로는 장기간 유지합니다.
예방 — 특히 여행과 입원 시
- 장시간 이동에서는 1~2시간마다 일어나 걷고, 앉은 채로 발목을 위아래로 자주 움직이세요.
- 물을 충분히 마시고, 술과 수면제로 오래 움직이지 않는 상태를 만들지 마세요.
- 위험이 높은 분은 의료용 압박 스타킹을 상의해 보세요.
- 수술 후에는 가능한 한 빨리 걷는 것이 최선의 예방입니다. 병원에서 자꾸 걷게 하는 이유입니다.
- 과거 혈전 이력이 있으면 수술·여행 전에 반드시 알리세요.
이 병은 다리에서 시작해 폐에서 결말이 납니다. 한쪽 종아리가 부었을 때가 막을 수 있는 마지막 순간입니다.
본 글은 일반적인 건강 정보를 제공하기 위한 교육 목적의 콘텐츠이며, 의학적 진단이나 치료를 대체하지 않습니다. 폐동맥색전증은 생명을 위협할 수 있는 응급질환이며, 항응고 치료의 종류와 기간은 원인과 출혈 위험에 따라 개인별로 결정됩니다. 갑작스러운 호흡곤란, 숨쉴 때 심해지는 가슴 통증, 피가 섞인 기침, 실신, 한쪽 다리의 급격한 부기가 나타나면 즉시 119에 연락하거나 응급실로 가세요.
참고: 대한심장학회 · 대한혈관외과학회 · 질병관리청 국가건강정보포털 · 유럽심장학회(ESC) 급성 폐동맥색전증 진료지침 · 미국혈액학회(ASH) 정맥혈전증 관리 지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