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p(a) 지단백(a), 생활습관으로는 잘 안 내려가는 콜레스테롤
조영실에서 가장 마음이 복잡해지는 환자분이 있습니다. 담배도 안 피우고, 살도 안 쪘고, 건강검진표의 LDL도 멀쩡한데, 50대 초반에 관상동맥이 여러 군데 좁아져 내려오시는 분들입니다. 가족 중에도 비슷한 나이에 심장 문제를 겪은 분이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런 분들에게 한 번쯤 확인해봤으면 하는 숫자가 Lp(a), 지단백(a)입니다.
Lp(a)는 LDL에 꼬리가 하나 더 붙은 것
Lp(a)는 구조를 보면 LDL 콜레스테롤과 거의 똑같은 입자에 아포지단백(a)라는 단백질 꼬리가 하나 더 붙어 있는 형태입니다. 이 꼬리 때문에 두 가지 성질이 생깁니다. 하나는 LDL처럼 혈관 벽에 파고들어 동맥경화반을 만드는 성질이고, 다른 하나는 혈액이 굳는 과정에 끼어들어 혈전이 잘 생기는 쪽으로 기울이는 성질입니다.
그래서 Lp(a)가 높으면 관상동맥질환만이 아니라 대동맥판막의 석회화, 뇌졸중, 말초동맥질환 위험도 함께 올라간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혈관 하나의 문제가 아니라 전신 혈관의 배경 위험이 한 단계 올라가 있는 상태에 가깝습니다.
먹는 것으로 바뀌지 않는 이유
이 수치의 가장 특이한 점은 거의 전부 유전으로 결정된다는 것입니다. 태어날 때 정해진 수준이 평생 크게 변하지 않습니다. 식단을 바꾸고 체중을 줄이고 운동을 열심히 해도, LDL이나 중성지방은 내려가지만 Lp(a)는 거의 그대로 있습니다.
그래서 "관리를 이렇게 열심히 하는데 왜 나만 혈관이 이러냐"는 질문의 답이 여기 있는 경우가 있습니다. 본인이 게을러서가 아니라, 출발선이 남들과 달랐던 것입니다. 이걸 아는 것만으로도 자책이 줄어드는 분들이 계십니다.
이런 분들은 한 번 확인해볼 만합니다
- 부모·형제 중 젊은 나이(남성 55세, 여성 65세 이전)에 심근경색·뇌졸중을 겪은 분이 있는 경우
- 본인이 젊은 나이에 심혈관질환 진단을 받았고, 다른 위험인자로 설명이 잘 안 되는 경우
- LDL을 약으로 충분히 낮췄는데도 혈관 병변이 계속 진행하는 경우
- 가족성 고콜레스테롤혈증이 의심되거나 진단된 경우
- 대동맥판막협착증이 비교적 이른 나이에 발견된 경우
높게 나왔다면, 그 다음에 할 일
Lp(a) 자체를 크게 낮추는 방법은 아직 일반 진료에서 널리 쓰이지 않습니다. 스타틴은 LDL에는 강력하지만 Lp(a)는 거의 낮추지 못합니다. 이 수치를 직접 겨냥하는 약들이 연구 단계에 있고, 결과가 나오는 중입니다.
그래서 현재 실제 진료에서 하는 일은 방향을 바꾸는 것입니다. 내가 어쩔 수 없는 위험이 하나 더 있으니, 바꿀 수 있는 위험은 더 확실하게 줄이자는 전략입니다. 구체적으로는 이런 것들입니다.
- LDL 목표를 더 낮게 잡습니다. Lp(a)가 높다는 것 자체가 위험을 올려놓았으니, 조절 가능한 LDL은 더 공격적으로 낮추는 쪽으로 판단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 금연은 타협하지 않습니다. 혈전이 잘 생기는 체질에 담배가 더해지면 위험이 겹칩니다.
- 혈압·혈당 관리와 체중, 운동을 기본으로 유지합니다.
- 가족에게 알립니다. 유전이므로 형제·자녀도 높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가족 중 한 명이 알면 나머지가 미리 대비할 수 있습니다.
숫자에 겁먹지 않으셔도 됩니다
Lp(a)가 높다는 것은 "언젠가 반드시 심장병이 생긴다"는 뜻이 아닙니다. 위험이 조금 높은 카드를 한 장 들고 시작한다는 뜻입니다. 조영실에서 보면, 같은 위험인자를 가진 분들 사이에서도 결과 차이를 만드는 것은 결국 혈압·LDL·금연을 얼마나 오래 지켰는지였습니다.
못 바꾸는 카드를 알게 되면, 바꿀 수 있는 카드를 훨씬 진지하게 쥐게 됩니다. 검사의 목적은 겁주는 게 아니라 우선순위를 정하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