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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VAR(복부대동맥 스텐트그라프트), 배를 열지 않고 대동맥류를 막는 시술

튼튼혈관연구소 · 17년차 심혈관조영실 방사선사 · 2026.08.07

"건강검진 초음파에서 배 대동맥이 좀 부었다는데요." 이렇게 시작되는 이야기를 조영실에서 자주 듣습니다. 복부대동맥류는 대부분 이렇게 우연히 발견됩니다. 아픈 데가 없으니 대수롭지 않게 넘기기 쉬운데, 이 병은 조용히 자란다는 게 핵심입니다.

복부대동맥류란 무엇인가

복부대동맥은 배 안쪽, 척추 앞을 지나 아래로 내려가는 굵은 혈관입니다. 정상 지름은 대개 2cm 안팎인데, 벽이 약해지면서 이 관이 풍선처럼 부풀어 오르는 것을 복부대동맥류라고 합니다. 보통 정상 지름의 1.5배 이상, 대략 3cm를 넘으면 동맥류로 부릅니다.

위험요인으로는 흡연, 고령, 남성, 고혈압, 가족력, 동맥경화 등이 알려져 있습니다. 이 중에서도 흡연은 특히 강한 연관성이 보고되어 있습니다.

증상이 없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입니다

복부대동맥류는 상당히 커질 때까지 거의 아무런 증상을 만들지 않습니다. 마른 분들은 배에서 맥박이 뛰는 덩어리가 만져지기도 하지만, 대부분은 그것도 모르고 지내십니다. 그래서 복부 초음파나 다른 이유로 찍은 CT에서 발견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문제는 터졌을 때입니다. 파열되면 극심한 복통이나 허리 통증과 함께 급격히 혈압이 떨어집니다. 응급 상황에서의 예후가 좋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있어, 터지기 전에 발견해서 관리하는 것이 이 병의 전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이런 증상이면 즉시 119입니다. 갑작스러운 심한 배 통증이나 허리·옆구리 통증이 생기고, 식은땀이 나며 어지럽거나 정신이 흐려지는 경우, 배에서 맥박이 뛰는 덩어리가 만져지면서 통증이 동반되는 경우. 특히 복부대동맥류를 진단받고 지켜보던 중이라면 지체하지 마세요.

언제 치료하고, 언제 지켜보나요

동맥류가 발견됐다고 해서 전부 바로 시술하는 것은 아닙니다. 시술에도 위험이 따르기 때문에, 터질 위험이 시술 위험보다 커지는 시점을 판단합니다.

기준에 미치지 않으면 정기적인 초음파나 CT로 크기를 추적하면서, 금연·혈압 조절·콜레스테롤 관리로 진행 속도를 늦추는 쪽으로 갑니다. 이 시기에 금연하는 것이 가장 확실한 관리로 알려져 있습니다.

EVAR는 어떻게 하는 시술인가

EVAR(EndoVascular Aneurysm Repair)의 원리는 TEVAR와 같습니다. 인조혈관이 씌워진 스텐트그라프트를 부풀어 오른 대동맥 안쪽에 펼쳐서, 혈액이 새 관 안으로만 흐르게 만드는 것입니다. 압력을 받지 못하게 된 동맥류 주머니는 더 이상 커지지 않고, 시간이 지나면서 줄어들기도 합니다.

다만 복부대동맥은 아래에서 양쪽 다리로 갈라지기 때문에, 장치가 바지 모양(Y자)인 경우가 많습니다. 몸통 부분을 먼저 넣고, 다리 쪽 가지를 하나씩 연결해 완성합니다.

시술 과정은 대략 이렇게 진행됩니다.

마취는 전신마취뿐 아니라 부분마취로 진행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배를 여는 인공혈관 치환수술과 비교하면 입원 기간이 짧고 초기 회복이 빠른 편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모든 사람이 EVAR를 받을 수 있는 건 아닙니다

스텐트그라프트를 안정적으로 고정하려면 동맥류 위쪽에 정상 혈관 구간(목)이 충분히 남아 있어야 합니다. 이 목이 너무 짧거나 심하게 꺾여 있거나, 다리 쪽 통로 혈관이 너무 가늘고 석회화가 심하면 시술이 어려울 수 있습니다. 이럴 때는 개복 인공혈관 치환수술을 선택하거나, 가지혈관을 따로 살리는 특수 장치를 쓰기도 합니다. 어느 쪽이 나은지는 나이, 전신 상태, 혈관 해부학을 함께 봐야 결정됩니다.

시술 후 — 여기서부터가 진짜입니다

제가 이 글에서 가장 힘주어 말씀드리고 싶은 부분입니다. EVAR는 몸 안에 장치를 넣어두는 시술이고, 장치는 시간이 지나면서 조금씩 변할 수 있습니다.

이 중 내부누출과 장치 이동은 증상이 전혀 없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그래서 CT로만 확인할 수 있습니다. 시술 후 정해진 일정에 따라 CT를 찍으라는 안내를 받으실 텐데, 몸이 멀쩡해도 반드시 지켜주셔야 하는 이유가 여기 있습니다.

퇴원 후 챙길 것. ①금연 — 동맥류 진행과 가장 강하게 연관된 요인입니다 ②혈압 조절 — 대동맥 벽에 걸리는 압력을 낮게 유지합니다 ③정기 CT — 빠뜨리지 마세요 ④한쪽 다리가 갑자기 차갑고 창백해지거나 심하게 아프면 바로 병원에 연락하세요.
복부대동맥류는 아프지 않아서 무서운 병입니다. 증상이 아니라 검사가 알려주는 병이니, 검사 일정이 곧 치료입니다.
본 글은 일반적인 건강 정보를 제공하기 위한 교육 목적의 콘텐츠이며, 의학적 진단이나 치료를 대체하지 않습니다. 치료 시점의 크기 기준과 추적검사 주기는 성별·동반질환·동맥류 형태에 따라 달라지므로, 반드시 담당 의료진의 판단을 따르세요. 갑작스러운 심한 복통이나 허리 통증에 식은땀·어지럼·실신이 동반되면 복부대동맥류 파열일 수 있으므로 즉시 119에 연락하세요. 이 경우 스스로 운전해 병원에 가시면 안 됩니다.
참고: 대한혈관외과학회 · 대한흉부심장혈관외과학회 · 대한영상의학회 · 질병관리청 국가건강정보포털 · 미국심장협회(AHA)/미국심장학회(ACC) 대동맥질환 가이드라인 · 유럽혈관외과학회(ESVS) 복부대동맥류 진료지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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