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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검사와 고주파절제술, 부정맥의 원인을 찾아 끊어내는 시술

튼튼혈관연구소 · 17년차 심혈관조영실 방사선사 · 2026.08.16

부정맥 환자분들이 가장 답답해하시는 것은 "병원에만 오면 멀쩡하다"는 점입니다. 집에서는 심장이 튀어나올 듯 뛰었는데, 막상 심전도를 찍으면 정상이죠. EP검사는 그 답답함을 해결하는 검사입니다. 증상이 나타나기를 기다리는 대신, 조영실 안에서 안전하게 재현해내는 것입니다.

심장은 전기로 움직입니다

심장이 뛰는 것은 근육이 알아서 움직이는 게 아니라, 전기 신호가 정해진 길을 따라 흐르기 때문입니다. 심방 위쪽 동결절에서 신호가 출발해 심방 전체로 퍼지고, 방실결절을 거쳐 심실로 내려가면서 한 번의 박동이 완성됩니다.

부정맥은 이 전기 회로에 문제가 생긴 상태입니다. 신호가 엉뚱한 곳에서 시작되거나, 있어서는 안 될 지름길(부전도로)이 있어 신호가 뱅글뱅글 돌거나, 흉터 조직 주변을 맴돌면서 빠른 박동을 만들어냅니다.

EP검사(전기생리학검사)란

EP검사는 심장 안에 전극이 달린 가느다란 관 여러 개를 넣어, 심장 내부의 전기 신호를 직접 기록하는 검사입니다. 몸 밖에서 붙이는 심전도가 건물 밖에서 소리를 듣는 것이라면, EP검사는 각 방에 마이크를 놓는 것에 가깝습니다.

이 검사로 알아내는 것은 세 가지입니다.

"부정맥을 일부러 유발한다니 위험하지 않나요?" 이 질문을 정말 많이 받습니다. 조영실에서는 전극으로 심장에 정해진 간격의 자극을 주어 부정맥을 일으켜 봅니다. 회로를 파악하려면 실제로 작동하는 모습을 봐야 하기 때문입니다. 대신 이 과정은 즉시 멈출 수 있는 환경에서 진행합니다. 전기 자극으로 되돌리거나, 약을 쓰거나, 필요하면 제세동을 할 준비가 모두 되어 있는 상태에서 하는 것이라, 통제된 상황이라고 이해하시면 됩니다. 두근거림이 시작되면 "지금 그 느낌이 평소 증상과 같은가요?"라고 여쭤보는 것도 이때입니다.

고주파절제술(RFCA)은 무엇을 하나

원인 부위를 찾았다면, 그 자리를 아주 좁은 범위만 열로 지져서 전기가 통하지 않게 만듭니다. 이것이 고주파절제술입니다. 문제가 되는 전선 한 가닥을 끊는 것에 비유할 수 있습니다.

지지는 부위는 대개 몇 밀리미터 단위이고, 심장 근육 전체 기능에는 영향을 주지 않는 범위로 진행합니다. 열 대신 냉동으로 조직을 얼려 차단하는 방법(냉각절제술)도 있고, 최근에는 전기장을 이용해 심장 조직만 선택적으로 처리하는 방식도 쓰이고 있습니다. 어떤 방법을 쓸지는 부정맥 종류와 위치에 따라 정합니다.

시술 당일 과정

1. 준비 — 부정맥 약을 며칠 전부터 중단하는 경우가 많습니다(검사 중 부정맥이 안 나타나면 곤란하니까요). 언제부터 끊을지는 반드시 안내받은 대로 하세요. 금식하고, 심방세동 시술이라면 미리 심장 초음파로 심방 안에 혈전이 없는지 확인합니다.

2. 접근 — 대개 양쪽 사타구니 정맥을 통해 관을 넣습니다. 동맥이 아니라 정맥이라 지혈 부담이 상대적으로 덜한 편입니다. 부정맥 종류에 따라 목이나 쇄골 아래 정맥을 함께 쓰기도 합니다.

3. 전극 배치 — X선 화면을 보면서 심장 안 여러 위치에 전극 카테터를 놓습니다. 심방세동처럼 왼쪽 심방을 다뤄야 하면, 심방 사이 벽을 살짝 통과해서 넘어가는 과정(중격천자)이 추가됩니다.

4. 지도 만들기 — 요즘은 3차원 매핑 장비를 씁니다. 카테터를 움직이면 화면에 심장 내부 모양과 전기 신호 분포가 색깔로 그려집니다. 빨간색·파란색으로 표시된 심장 그림을 보신 적 있다면 그게 이것입니다. 이 장비 덕분에 X선 촬영 시간을 줄일 수 있게 된 것도 큰 변화입니다.

5. 절제 — 목표 지점에 카테터 끝을 대고 에너지를 전달합니다. 이때 가슴이 뜨겁거나 뻐근하다고 느끼시는 분들이 있습니다. 위치에 따라 통증 정도가 다르고, 진정제나 진통제를 조절해 드립니다. 참지 말고 말씀하세요.

6. 확인 — 절제 후 다시 자극을 줘서 부정맥이 더 이상 유발되지 않는지 확인합니다. 이 확인 과정까지 끝나야 시술이 마무리됩니다. 전체 시간은 부정맥 종류에 따라 크게 달라, 단순한 경우 두 시간 안팎, 심방세동처럼 복잡한 경우 서너 시간 이상 걸리기도 합니다.

어떤 부정맥에 하나요

시술 후와 재발에 대해

정맥 접근이라 지혈 후 몇 시간 누워 계시면 되고, 하루 이틀 안에 퇴원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사타구니에 멍이 드는 것은 흔한 일입니다.

여기서 꼭 말씀드리고 싶은 것이 재발입니다. 부정맥 종류에 따라 결과가 상당히 다릅니다. 상심실성빈맥처럼 회로가 명확한 부정맥은 한 번의 시술로 해결되는 경우가 많은 반면, 심방세동은 여러 번 시술이 필요한 경우가 드물지 않습니다. 심방 조직 전체가 변해가는 병이라 한 지점을 끊는 것만으로 끝나지 않기 때문입니다. 이건 시술이 잘못돼서가 아니라 병의 성질입니다.

또 시술 후 몇 주에서 두세 달 정도는 지진 자리가 아무는 과정에서 두근거림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이 시기의 증상만으로 실패라고 판단하지 않고 경과를 지켜봅니다.

시술 후 이런 경우 병원에 연락하세요. 사타구니가 심하게 붓거나 통증이 계속되고 출혈이 멎지 않을 때, 숨쉬기가 어렵거나 누우면 더 힘들 때, 발열이 지속될 때, 시술 전보다 심한 두근거림이나 실신이 있을 때. 특히 심방세동 시술 후 몇 주 안에 삼킬 때 통증, 검은 변, 발열이 함께 나타나면 드물지만 중요한 합병증의 신호일 수 있으니 즉시 알리세요. 흉통·호흡곤란·실신이 생기면 119에 연락하세요.

항응고제 복용 여부도 중요합니다. 심방세동으로 시술받으셨다면 시술 후에도 일정 기간 항응고제를 유지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부정맥이 없어졌으니 약도 끊어도 되겠지"라고 스스로 판단하시면 안 됩니다. 뇌졸중 위험은 부정맥이 사라진 것처럼 보여도 개인의 위험도에 따라 남아 있을 수 있어, 중단 여부는 반드시 의료진이 판단합니다. 본인의 위험도가 궁금하시면 심방세동 뇌졸중 위험도 계산기로 대략적인 감을 잡아보실 수 있습니다.

부정맥 시술은 심장을 고치는 게 아니라, 잘못 연결된 전선 한 가닥을 찾아 끊는 일입니다. 그 한 가닥을 찾기 위해 조영실에서 몇 시간을 씁니다.
본 글은 일반적인 건강 정보를 제공하기 위한 교육 목적의 콘텐츠이며, 의학적 진단이나 치료를 대체하지 않습니다. 시술 적응증, 약물 중단 시점, 항응고제 유지 기간, 성공률과 재발률은 부정맥의 종류와 개인의 상태에 따라 크게 다르므로 반드시 담당 의료진과 상의하세요. 부정맥 약이나 항응고제를 스스로 중단하지 마세요. 시술 후 흉통, 호흡곤란, 실신, 지속되는 고열, 삼킬 때의 통증, 신경학적 이상(한쪽 팔다리 위약·언어장애)이 나타나면 즉시 119에 연락하거나 응급실로 가세요.
참고: 대한부정맥학회 · 대한심장학회 · 질병관리청 국가건강정보포털 · 미국심장협회(AHA)/미국심장학회(ACC)/미국부정맥학회(HRS) 심방세동 및 상심실성빈맥 가이드라인 · 유럽심장학회(ESC) 심방세동 진료지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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