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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처럼 굳은 혈관을 깎고 부수는 도구들

튼튼혈관연구소 · 17년차 심혈관조영실 방사선사 · 2026.08.27

조영실에서 시술이 길어지는 날은 대개 이유가 하나입니다. 혈관이 돌처럼 굳어 있는 경우입니다. 석회화가 심하면 풍선을 부풀려도 좁은 자리가 꿈쩍하지 않고, 스텐트를 넣어도 제대로 펴지지 않습니다. 그래서 먼저 깎거나 부수는 단계가 필요합니다.

석회화가 왜 문제인가

동맥경화가 오래 진행되면 플라크 안에 칼슘이 침착됩니다. 처음에는 얇은 조각이지만, 세월이 지나면 혈관 벽을 파이프처럼 둘러싼 껍질이 됩니다. 나이가 많은 분, 당뇨가 오래된 분, 만성 신장병으로 투석하시는 분에게 특히 흔합니다.

이 상태에서 무리하게 힘을 주면 세 가지 문제가 생깁니다.

그래서 저희는 시술 전에 IVUS나 OCT로 칼슘이 얼마나 두껍고 어디를 둘러싸고 있는지 먼저 확인합니다. 겉모습만으로는 판단하기 어렵습니다.

절삭 풍선 — 칼집을 내는 방식

가장 가벼운 단계입니다. 풍선 표면에 작은 칼날이나 철선이 붙어 있어서, 부풀 때 딱딱한 표면에 일부러 금을 냅니다. 금이 가면 그 다음 일반 풍선의 힘이 제대로 전달됩니다. 유리를 자를 때 먼저 선을 긋는 것과 비슷한 원리입니다.

로타블레이션 — 다이아몬드로 갈아내기

끝에 다이아몬드 입자가 코팅된 타원형 버(burr)가 달린 장치를 아주 빠르게 회전시켜 칼슘을 갈아냅니다. 회전 속도는 분당 십수만 회에 이릅니다.

중요한 특징이 있습니다. 이 장비는 딱딱한 조직만 갈고 부드러운 조직은 피해 갑니다. 회전하는 버가 탄력 있는 정상 벽에서는 튕겨 나가고, 딱딱한 칼슘에는 파고들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정상 혈관을 갈아버릴 위험이 생각보다 낮습니다.

조영실에서 이 장비를 쓰면 소리부터 다릅니다. 가는 드릴 소리가 나고, 갈린 미세 입자가 혈류로 흘러갑니다. 이 입자들 때문에 일시적으로 혈류가 느려져 가슴이 답답하거나 맥박이 떨어질 수 있어, 미리 약을 준비하고 짧게 여러 번 나눠서 진행합니다.

환자분이 겪는 감각. 시술 중에 가는 진동음과 함께 가슴이 눌리는 느낌이 올 수 있습니다. 통증이라기보다 "무언가 작업하는 감각"에 가깝습니다. 저희가 "지금 소리 조금 나요, 답답하면 말씀하세요"라고 미리 알려드리는 이유입니다. 참지 말고 말해주시는 것이 안전에 도움이 됩니다.

궤도형 죽상반절제 — 편심으로 돌며 긁는 방식

왕관 모양의 연마 장치가 축을 벗어나 궤도를 그리며 회전합니다. 회전 속도를 올리면 접촉 반경이 커져서, 같은 장치로 넓은 지름까지 다룰 수 있습니다. 앞뒤로 움직이며 작업하는 것도 특징입니다.

충격파(IVL) — 안쪽에서 깨뜨리는 방식

가장 최근에 널리 퍼진 방법입니다. 요로결석을 깰 때 쓰는 충격파 원리를 혈관 안으로 가져왔습니다. 풍선 안에 작은 전극이 여러 개 들어 있고, 낮은 압력으로 풍선을 부풀린 뒤 음향 충격파를 보냅니다.

이 방식의 매력은 두 가지입니다. 첫째, 충격파는 부드러운 조직을 통과하고 딱딱한 칼슘에만 균열을 만듭니다. 둘째, 혈관 벽 깊은 층의 칼슘까지 닿습니다. 깎는 방식은 표면부터 작업하지만, 충격파는 안쪽 껍질도 갈라놓을 수 있습니다.

충격파를 보낼 때 "톡톡" 하는 소리가 들리고, 가슴에 가벼운 진동을 느끼는 분이 있습니다. 이 진동이 심장 리듬에 영향을 줄 수 있어 심전도를 보면서 타이밍을 맞춥니다.

도구가 많아졌다는 것의 의미

예전에는 석회화가 심하면 "이건 스텐트로 안 되겠으니 수술로 가시죠"라는 결론이 흔했습니다. 지금은 선택지가 늘었습니다. 다만 무엇이든 넣어 뚫는 게 목표가 아닙니다. 여전히 우회수술이 더 나은 경우가 분명히 있고, 그 판단은 다학제 논의로 이뤄집니다.

환자 입장에서 알아두면 좋은 것은 이겁니다. 석회화가 심한 시술은 시간이 더 걸리고, 조영제와 방사선 노출이 늘고, 단계가 많습니다. 예정보다 오래 걸렸다는 것이 잘못됐다는 뜻은 아닙니다. 대부분은 더 조심스럽게 진행했다는 뜻입니다.

굳은 혈관을 억지로 밀어 넓히는 것보다, 먼저 금을 내고 부드럽게 만든 다음 넓히는 것이 결국 오래 갑니다.
본 글은 일반적인 건강 정보를 제공하기 위한 교육 목적의 콘텐츠이며, 의학적 진단이나 치료를 대체하지 않습니다. 석회화 병변에 어떤 장비를 사용할지, 또는 중재시술 대신 우회수술이 적합한지는 병변의 분포와 혈관 해부학, 동반질환에 따라 다학제 논의를 거쳐 결정됩니다. 개별 장비의 적응증과 합병증 위험은 반드시 담당 의료진과 상담하시기 바랍니다. 시술 후 새로운 가슴 통증이나 호흡곤란이 생기면 즉시 의료기관에 연락하세요.
참고: 대한심장학회 · 한국심혈관중재학회 · 유럽심장학회(ESC)/유럽흉부외과학회(EACTS) 심근재관류 진료지침 · 유럽관상동맥중재학회(EAPCI) 석회화 병변 치료 합의문 · 질병관리청 국가건강정보포털

혈관 안쪽을 어떻게 들여다보는지 궁금하신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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