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poB와 non-HDL, LDL보다 정확하다는 숫자의 정체
"LDL이 목표치에 들어왔는데 왜 또 좁아졌을까요." 조영실에서 재시술을 받으러 오신 분께 가장 자주 듣는 질문입니다. LDL은 좋은 지표지만 전부는 아닙니다. 그 빈틈을 메우는 숫자가 non-HDL 콜레스테롤과 ApoB입니다.
혈관을 막는 입자는 LDL만이 아닙니다
동맥경화를 만드는 것은 콜레스테롤이라는 물질 자체보다, 그것을 싣고 혈관 벽으로 파고드는 입자입니다. 그런 입자에는 LDL 말고도 VLDL, 잔여 지단백(remnant), IDL, 그리고 앞서 다룬 Lp(a)가 있습니다. LDL 수치만 보면 이 나머지가 시야에서 빠집니다.
그래서 나온 발상이 간단합니다. 나쁜 쪽 입자를 한꺼번에 세자는 것입니다.
non-HDL — 계산기 없이 바로 나오는 숫자
non-HDL 콜레스테롤은 이렇게 구합니다.
건강검진표만 있으면 지금 바로 계산할 수 있습니다. 총콜레스테롤에서 좋은 쪽(HDL)을 빼면 나머지가 전부 혈관에 부담이 되는 쪽이라는 개념입니다. 추가 비용도, 추가 채혈도 필요 없습니다.
일반적으로 non-HDL 목표는 LDL 목표보다 30 정도 높게 잡습니다. LDL 목표가 100이면 non-HDL은 130, LDL 70이면 non-HDL 100 정도로 보는 식입니다. 목표치는 개인 위험도에 따라 달라집니다.
ApoB — 입자 개수를 직접 세는 방법
ApoB(아포지단백B)는 나쁜 쪽 입자 하나마다 딱 하나씩 붙어 있는 단백질입니다. 그래서 ApoB를 측정하면 위험한 입자가 몇 개나 돌아다니는지를 사실상 직접 세는 셈이 됩니다.
왜 개수가 중요할까요. 같은 양의 콜레스테롤을 실어도, 입자가 작고 촘촘하면 개수가 많아집니다. 개수가 많으면 혈관 벽에 부딪혀 파고들 기회도 많아집니다. 그래서 LDL 수치는 같아도 ApoB가 높은 사람이 더 위험한 상황이 생깁니다.
이런 경우에 특히 차이가 납니다
- 중성지방이 높은 경우 — LDL 계산값이 실제보다 낮게 나올 수 있습니다.
- 당뇨나 대사증후군이 있는 경우 — 작고 촘촘한 LDL이 늘어 개수가 과소평가됩니다.
- 비만·복부지방이 많은 경우
- 스타틴으로 LDL은 잘 내려갔는데 혈관 병변은 계속 진행하는 경우
조영실에서 "약 잘 먹었고 LDL도 좋다"는데 새 병변이 보이는 분들 중에, 이런 배경이 있는 경우가 꽤 있었습니다.
그럼 무엇을 봐야 하나
실용적으로는 이렇게 정리하면 충분합니다.
- 기본은 여전히 LDL입니다. 치료 목표와 근거가 가장 잘 정리돼 있습니다.
- 중성지방이 높거나 당뇨가 있으면 non-HDL을 함께 봅니다. 검진표로 직접 계산 가능합니다.
- 판단이 애매하거나 치료 반응이 기대와 다를 때 ApoB를 추가로 확인해볼 수 있습니다.
다만 어떤 숫자를 보든 낮추는 방법은 같습니다. 스타틴 중심의 약물치료, 포화지방 줄이기, 체중과 활동량 관리입니다. 지표가 바뀐다고 치료가 완전히 달라지는 것은 아니고, 목표에 도달했는지 판정하는 눈이 정밀해지는 것입니다.
LDL은 무게를 재고, ApoB는 개수를 셉니다. 무게가 같아도 개수가 많으면 혈관 벽에 부딪히는 횟수가 늘어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