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ABP와 ECMO, 심장이 스스로 버티지 못할 때
조영실에서 가장 긴장되는 순간은 시술이 어려울 때가 아니라, 환자분의 혈압이 유지되지 않을 때입니다. 심장이 밀어낼 힘을 잃으면 시술을 완성해도 몸이 버티지 못합니다. 그래서 그 사이를 기계가 대신 메워주는 방법들이 있습니다. 가족 입장에서 설명을 듣게 되는 IABP와 ECMO입니다.
IABP — 대동맥 안에서 박자를 맞추는 풍선
IABP(대동맥내 풍선 펌프)는 사타구니 동맥을 통해 길쭉한 풍선을 대동맥까지 올려놓고, 심장 박동에 맞춰 부풀리고 줄이는 장치입니다.
핵심은 타이밍입니다.
- 심장이 쉬는 순간(이완기)에 풍선을 부풀립니다. 그러면 위쪽으로 피가 밀려 올라가 심장 자신에게 가는 관상동맥 혈류가 늘어납니다.
- 심장이 피를 밀어내려는 순간(수축기)에 풍선을 확 줄입니다. 앞이 비워지니 심장이 힘을 덜 들여 밀어낼 수 있습니다.
즉 IABP는 피를 대신 밀어주는 펌프가 아니라, 심장이 일하기 쉬운 조건을 만들어주는 보조 장치입니다. 심장이 스스로 뛰고 있어야 효과가 있습니다. 심전도나 혈압 파형에 맞춰 작동하므로, 부정맥이 심하면 타이밍이 흔들립니다.
ECMO — 심장과 폐를 아예 대신하는 장치
ECMO(체외막산소화장치)는 차원이 다릅니다. 굵은 관을 큰 혈관에 넣어 몸의 피를 몸 밖으로 빼내고, 기계에서 이산화탄소를 제거하고 산소를 넣은 뒤 다시 몸으로 돌려보냅니다.
피를 빼고 돌리는 힘을 기계가 내기 때문에, 심장이 거의 뛰지 못하는 상태에서도 몸에 피를 보낼 수 있습니다. 두 가지 방식이 있습니다.
- 정맥-동맥(VA) ECMO — 정맥에서 피를 빼 동맥으로 돌려줍니다. 심장과 폐의 역할을 함께 대신합니다. 심장이 문제인 상황에서 씁니다.
- 정맥-정맥(VV) ECMO — 정맥에서 빼 정맥으로 돌려줍니다. 산소 교환만 도와주는 방식으로, 폐가 문제일 때 씁니다.
이 장치들은 치료가 아니라 '시간'입니다
이 점이 가장 중요합니다. IABP도 ECMO도 병을 고치는 장치가 아닙니다. 심장이 회복할 시간을 벌거나, 근본 치료를 할 수 있는 상태로 몸을 버티게 해주는 다리 역할입니다.
그래서 이 장치를 걸어두고 그 사이에 진짜 치료를 합니다. 막힌 관상동맥을 열고, 필요하면 수술을 하고, 심근염이라면 염증이 가라앉기를 기다립니다. 회복되면 장치를 떼고, 회복이 어려우면 다음 단계를 논의하게 됩니다.
따라오는 위험들
굵은 관을 혈관에 넣고 피를 굳지 않게 하면서 돌리는 일이라, 부담이 작지 않습니다.
- 출혈 — 항응고제를 쓰기 때문에 가장 흔한 문제입니다.
- 다리 혈류 장애 — 관이 들어간 쪽 다리로 가는 피가 줄어들 수 있어, 발 색과 온도를 자주 확인합니다.
- 혈전과 뇌졸중
- 감염, 적혈구 손상, 신기능 악화
중환자실에서 간호사가 계속 발을 만져보고 색을 확인하는 것, 피를 자주 뽑는 것이 전부 이 감시 때문입니다.
가족이 알아두면 좋은 것
- 이 장치가 걸렸다는 것 자체가 위중한 상태라는 뜻입니다. 동시에 적극적으로 치료 중이라는 뜻이기도 합니다.
- 의료진에게 물어볼 가장 중요한 질문은 "장치를 언제 떼나요"가 아니라 "무엇이 회복되어야 뗄 수 있나요"입니다. 그 답이 지금의 목표를 알려줍니다.
- 의식이 없어 보여도 말을 들을 수 있는 경우가 있습니다. 손을 잡고 이름을 불러주는 것은 의미가 있습니다.
- 결정을 요청받는 순간이 올 수 있습니다. 미리 환자분의 평소 생각을 가족끼리 나눠두는 것이 그때 큰 도움이 됩니다.
기계는 심장을 고치지 못합니다. 다만 심장이 다시 일어설 시간을 벌어줍니다. 그 시간 안에 할 일을 하는 것이 저희 몫입니다.